코로나19와 최빈국, 그리고 국제사회의 책무 윤지영 TEPI 책임연구원 “코로나19와 그로 인해 세계가 맞닥뜨리고 있는 사회경제적 위기는 앞으로 지구상의 모든 존재가 어떻게 함께 살아나가야 하는지 물으며 국제사회의 파트너십과 연대를 시험하고 있다. 모두의 건강한 삶과 생존을 위한 국제공조 노력의 혜택이 가장 위기에 취약한 이들에게 먼저 돌아가는 것, 그 결과 이들이 겪어야 할 충격을 완화하고 함께 견뎌낼 수 있게 되는 것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위대한 유산이다.” - 본문 중 기억되어야할 이들 코로나19 대유행은 전 세계적인 보건위기 사태 그 이상이다. 이 무서운 신종 바이러스는 세계를 전례 없는 방식으로 미지의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부유한 국가에서 자원이 부족한 국가에 이르기까지 어떤 나라도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지 않으며, 우리는 모두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차원으로 막대한 충격을 받고 있다. 이에 많은 나라들은 자국 내 감염 확산 억제, 확진자 치료, 경제부양 등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역량 부족과 취약한 의료체계, 자원 부족 등으로 제대로 된 검사조차 받지 못하고 무방비 상태로 감염에 노출되고 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하다고 불리는 최빈국(Least Developed Countries, LDCs) 주민들, 보호받을 곳이 없는 난민들, 분쟁 상황에 놓인 지역의 취약계층 주민들이다. 이들은 자력으로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이 글은 이들 중 특히 최빈국들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이들이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제사회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글로벌 거버넌스 차원에서 지금 가장 시급하게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코로나19와 최빈국 유엔의 최빈국 범주는 1971년에 유엔 총회에서 공식적으로 제정되었다. 유엔 총회는 유엔 경제사회위원회(ECOSOC)의 산하기관인 개발정책위원회(Committee for Development Policy)에 3년마다 최빈국 목록을 검토, 모니터링하고, 소득과 인적자원, 경제적 취약성에 근거한 3가지 기준을 이용해 최빈국 리스트의 편입과 졸업에 대한 권고안을 내도록 의무화했다. 경제적 취약성 측면에서 개발정책위원회는 최빈국은 ‘지속가능한 개발에 가장 심각한 구조적 장애를 겪고 있는 저소득 국가’로 정의한다. 현재 유엔의 최빈국 목록은 47개국(아프리카 33개국, 아시아태평양 13개국, 중남미 1개국)이다.(1) 최빈국들은 여타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년 5월 12일 현재, 41개 최빈국에서 38,386명의 확진환자와 87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그 중 방글라데시(확진자 16,660명, 사망자 250명), 아프가니스탄(확진자 4,967명, 사망자 303명), 기니(확진자 2,146명, 사망자 11명), 세네갈(확진자 1,886명, 사망자 19명), 수단(확진자 1,526명, 사망자 74명), 소말리아(확진자 1,170명, 사망자 52명)등의 나라들이 다소 높은 감염률을 보이고 있다.(2) 최다 감염 및 사망 인구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미국, 스페인, 영국, 이탈리아 등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지만, 최빈국 국가들의 검사 역량 부족과 진단키트와 같은 필수 의료 물품 부족, 접촉자 추적 역량과 격리 시설 부족 등 열악한 보건 시스템을 고려하면, 실제 상황은 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추정된다. 최빈국이 겪는 위기 이러한 코로나19 사태 속에 최빈국들이 겪게 되는 위기는 매우 다양하며, 위협적이다. 이들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격리 등과 같은 기본적인 방역 조치들을 실행하기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다. 많은 최빈국의 주민들은 공동체 기반으로 살아가는 경우가 많으며, 한 집 안에는 다세대 가족이 함께 거주하는 경우가 많아 가옥 내 개인 간의 적절한 거리와 공간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주민들이 개별적으로 안전한 식수를 확보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또한, 노동 집약적 제조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원격근무 등으로 업무를 지속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많지 않다. 그나마 가능한 업종들도 열악한 정보통신 인프라로 인해 범사회적 적용이 어렵다. 국가 간의 검문검역의 강화와 이동제한은 여러 물품들의 운송지연을 야기하고, 필수 의료 장비의 공급에도 영향을 미친다. 휴교와 공공시설 폐쇄 등은 코로나 예방 관련 교육을 위한 공간이 확보되지 못해 손 씻기 등 기본적인 위생교육을 어렵게 하고 있다. 외부 지원으로 이루어지던 영양실조 아동을 위한 치료 프로그램 진행도 어려워진다. 더불어, 이들 최빈국들은 만연해진 실업과 실물경제위기를 보완해줄 수 있는 경기부양책이나 실업급여 지급 등 건실한 정부의 사회보장 정책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한 이들은 다른 많은 나라들 보다 더욱 심각한 경제위기를 직면하고 있다. 대체적으로 자생적 산업기반을 갖추지 못한 대부분의 최빈국들은 제조업 및 1차 상품 수출과 해외 이주노동자들의 본국 송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최빈국에서 수출되는 상품의 87.5%가 10대 주요 국가에서 판매되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한 미국과 유럽 등의 경기침체는 최빈국의 수출 수익의 현저한 감소와 이주노동자들의 실업과 귀국으로 이어지고 있다.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미얀마와 같은 나라들의 주요 산업인 의류산업은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공장들이 문을 닫았다. 의류 산업 노동자들이 국가 노동력 전체의 7%에 달하는 방글라데시에서 2020년 3월, 여성 의류 노동자 400만 명 중 4분의 1이 해고되었고, 4월 상반기 의류 수출은 전년 대비 80% 이상 감소했다는 사실은 얼마나 최빈국의 경제가 현 사태에 취약한지를 드러낸다.(3) 즉, 최빈국들은 효과적인 방역을 하기에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으며, 경제위기에 대처할 능력 또한 현저히 떨어지는 상황이다. 이들은 사회경제적 기반이 약하고, 개인적, 사회적 자산이 미비하여, 코로나19의 위기를 버텨낼 자원이 부족하다. 많은 나라들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최빈국 주민들은 코로나19로 인해 그 어느 누구보다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 코로나19는 이들을 더욱 가난하게 만들며, 특히 그 안에서도 여성과 청년, 노약자들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의 희생은 결국 더 커질 것이다. 따라서 당장 생계가 위태롭고 생존의 위협을 받는 이들에게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개입과 지원은 그 어느 때보다 매우 절실한 상황이다. 최빈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 현재 여러 국제금융기구들이 제공하고 있는 약정 대출 방식의 경기부양책은 최빈국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방식이다.(4) 로이터통신이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를 통해 보도한 자료에 의하면 최빈국을 포함한 64개의 저소득국들은 공중보건의료 시스템보다 대외 채무상환에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다.(5) 이런 상황을 개선하고자 최근 열렸던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는 올해 연말까지 최빈국의 채무 상환 유예를 결정하였다. 국제통화기금(IMF)와 세계은행(World Bank)의 지원을 받는 최빈국 76개국(6)과 앙골라 등 모두 77개국이 유예 대상 국가이며 유예 금액은 120억~140억 달러로 추산된다.(7) 그러나 옥스팜(OXFAM)과 같은 국제사회단체들은 부채 상환 유예가 아니라 탕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8) 이 단체들은 76개 최빈국이 올해 갚아야 하는 부채를 탕감하면 이들이 총 400억달러를 아낄 수 있으며, 이는 전 세계 가장 가난한 나라 67개국에 각각 5억 달러를 지원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실제로 세계은행(World Bank)에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코로나19 확산 대응의 일환으로 재해 억제 ‧ 부채 경감 기금(CCRT) 산하의 25개 최빈국의 채무 상환을 즉각적으로 탕감하고 이들 국가들이 부채 상환 대신 부족한 재원을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의료 시스템 구축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9) 앞으로도 나머지 최빈국들에 대한 부채 탕감이 이루어져, 자국의 노력 만으로 현재 위기를 버티기 어려운 최빈국들에게 최소한의 대응이 가능하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의 이러한 조치들은 최빈국들의 코로나19 위기 타개에 단기적인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들의 실질적인 사회경제적 회복력 복원을 위해 더 많은 구제 장치와 협력이 필요하다. 특히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ODA) 자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최빈국에게 ODA를 통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필수 의료용품과 장비들을 지원하고 개발원조 프로그램 차원에서 최빈국 정부의 감염 억제 계획 수립 등 감염병 대응을 위한 보건의료 체계 구축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 감염병에 가장 크게 타격을 받을 지역의 주민들과 취약계층의 당장의 생계유지를 도울 수 있도록 현금 지원 프로그램(cash transfer program)을 시행하고 교육, 농촌개발, 에너지, 정보인프라, 식량 공급 등 보건의료 분야 외에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생존을 위한 포괄적 차원의 개발협력 지원이 필요하다. 최근 공여국들이 어려운 국내외 여건으로 점진적으로 ODA 규모를 축소하고 있는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가장 불리한 국가인 최빈국들에 대한 지원만큼은 유지되어야 한다. 국제사회는 유엔에서 합의한 1인당 국민소득 대비 0.15~0.20%를 ODA를 통해 최빈국에 지원하기로 한 약속을 달성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함께 만들어가야 할 위대한 유산 코로나19와 그로 인해 세계가 맞닥뜨리고 있는 사회경제적 위기는 앞으로 지구상의 모든 존재가 어떻게 함께 살아나가야 하는지 물으며 국제사회의 파트너십과 연대를 시험하고 있다. 이에 국제사회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공동의 가용 자원을 사용할 때, 가장 가난하고 감염병에 취약한 최빈국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책임이 있다. 최빈국에 대한 지원은 단순히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한 것만이 아니라 인도적이고 윤리적인 문제이다. 국제사회는 이 위기 상황이 결코 가난했던 이들이 더 가난해지고, 가장 취약한 이들이 질병 자체보다 더 장기적이고 광범위한 구조적 피해를 입지 않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모두의 건강한 삶과 생존을 위한 국제공조 노력의 혜택이 가장 위기에 취약한 이들에게 먼저 돌아가는 것, 그 결과 이들이 겪어야 할 충격을 완화하고 함께 견뎌낼 수 있게 되는 것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위대한 유산이다. Endnotes (1) https://www.un.org/development/desa/dpad/least-developed-country-category.html.(2) WHO COVID-19 situation Dashboard, http://covid19.who.int/. UNDESA United Nations LDC Portal, https://www.un.org/ldcportal/covid19-and-the-ldcs/.(3) UN/DESA Policy Brief #66: COVID-19 and the least developed countries, https://www.un.org/development/desa/dpad/publication/un-desa-policy-brief-66-covid-19-and-the-least-developed-countries/.(4) 최근 아시아개발은행은 코로나19 대응 기금으로 기존에서 3배로 늘린 200억 달러 규모의 대출자금을 제공했다.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아시아 10여개국과 협의하여 대출 활성화를 위한 내부 절차를 조정할 계획이다.(5) Reuters. UN agency calls for $1 trillion developing world debt write-off, https://www.reuters.com/article/us-health-coronavirus-un-debt/u-n-agency-calls-for-1-trillion-developing-world-debt-write-off-idUSKCN2252N1.(6) 세계은행은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조달이 곤란한 저소득국 중, 세계은행의 국제개발협회(International Development Association, IDA)을 통해 고양허성 차관을 빌릴 수 있는 나라들을 IDA 해당국으로 분류한다. 현재 76개국이 해당된다. 유엔의 최빈국 대부분은 IDA해당국에 포함된다. https://ida.worldbank.org/about/borrowing-countries.(7) Communiqué, Virtual meeting of the G20 finance ministers and central bank governors (Riyadh, Saudi Arabia, 2020.4.15.), http://www.g20.utoronto.ca/2020/2020-g20-finance-0415.htm.(8) OXFAM, AVAAZ, CAFOD, Global Justice Now, JUBILEE DEBT CAMPAIGN, “G20 must cancel debt to stop coronavirus ‘Third wave’ devastating developing countries. (2020.4.15)(9) IMF (2020.4.13.) IMF Executive Board Approves Immediate Debt Relief for 25 Countries, https://www.imf.org/en/News/Articles/2020/04/13/pr20151-imf-executive-board-approves-immediate-debt-relief-for-25-count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