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영상] 다름과 공격성 - 브제티슬라브 포야르의 애니메이션 <발라블록(balablok, 7분 30초, 1972, 캐나다)> 브제티슬라브 포야르(Břetislav Pojar)의 <발라블록>은 상식이 얼마나 쉽게 공격성에 압도당하는지를 너무나 잘 응축해서 그려낸 명작이다. 다름에 대한 인간의 작용을 다룬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차이와 배타성, 차이와 폭력, 정체성과 전쟁의 문제를 모두 다룬 애니메이션 명작 중의 명작으로 인권교육, 평화교육, 시민성교육에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주사위처럼 생긴 각진 사면체들이 잘 사는 마을에 동그란 구면체 ‘하나’가 느닷없이 등장한다. 사면체들은 구면체가 너무 달라서 '쟤네들은..' 하면서 놀리고 괴롭힌다. 구면체는 화가 나서 자기 마을에 가서 동료 구면체들을 데려온다. 소수가 된 사면체는 더 심하게 놀림당하고 괴롭힘 당한다. 양측의 세력 규합이 시작되고 공격이 시작된다. 전쟁이 된다. 죽어라 싸운 전쟁으로 서로 다친 구면체들과 사면체들은 깨져서 모두 육면체가 된다. 싸움에 사용된 무기는 서로의 몸에서 쪼개져 나온 조각들이다. 싸움 속에서 몸의 일부가 쪼개져 나가면서 서로 똑같아 진다. 그러자 적을 구분하지 못해 느닷없이 인사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양 집단은 이제 하나의 동질성 집단이 된다. 평화가 온 듯하다. 그 때 새로운 삼각-사면체가 ‘하나’ 등장한다. 육면체들이 모두 다시 놀란다. 다시 무언가 반복된다. 대사는 하나도 없으나, 놀라운 상징과 묘사를 통해서 이 작품은, 카롤린 엠케가 [혐오사회]에서 말한 “특정한 정치운동은 유난히 자신의 정체성을 동질적인 것, 본원적(혹은 천부적)인 것 또는 순수한 것으로 규정하기를 좋아하다”를 연상시킨다. 이 작품을 보고 토론하고 생각하고 이어서 비슷한 연극이나 예술활동을 해보면 차이-차별-폭력에 관한 훌륭한 배움을 만들어낼 수 있겠다. 작가 브제티슬라브 포야르(1923-2012)는 체코 출신의 애니메이션 감독, 제작자, 인형극 공연자이며 많은 작품과 수상 경력이 있다. 그는 대사가 거의 없으면서 사회적 메시지가 풍성한 상징적 작품을 선호했고 이 분야에서 선구적 역할을 했다. 그의 작품 특징을 “언어가 없는 스토리텔링”이라고도 한다. 작품 구입은 https://www.nfb.ca/film/balablok_english/작품 시청은 https://www.youtube.com/watch?v=6fzWJcgVgY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