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istian G. Fernández와 David F. Puyana 저, 『평화의 권리: 과거, 현재, 미래』(The Right to Peace: Past, Present, and Future, University for Peace, 2017) 이 책은 2016년 유엔 총회의 평화의 권리(평화권) 선언 채택을 기념하여 2017년 유엔평화대학에서 펴낸 책이다. 평화권 제정운동의 지도자 중 한 사람이었던 [경계없는 평화 재단]의 창립자 미구엘 보세 Miguel Bose는 이 책에 실린 발표문에서 평화권의 의미를 이렇게 요약한다. “평화권은 모든 개인과 인민들 및 국가들의 지구적 상호의존성으로부터 야기되는 인권에 대한 위협에 대해 세계적인 규모로 대응을 조율하는데 기여한다. 평화권은 국제사회의 구조와 생존을 유지하고 나아가 그 공동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국제협력과 이익의 합치, 그리고 공동의 행동을 강화할 것이다. 평화권은 평화의 문화에 굳건한 토대를 제공할 것이다. 평화권은 폭력 및 힘과 강요, 성차별이 기초한 태도와 맞서는 새로운 동력을 제공할 것이다. 평화권은 무장갈등의 부재를 넘어서는, 평화의 총체적 개념을 인정하게 할 것이다... 평화권은 개인의 권리이자 동시에 집단의 권리로서 2개의 차원을 갖는 평화의 권리를 정착시킬 것이다. 평화권은 인종주의, 인종차별, 외국인혐오 및 관련된 배타성에 대항하는 수단으로서, 서로 다른 문화, 문명, 종교, 신념들 사이의 대화와 평화적 공존을 강화할 것이다.” 책의 전반부는 유엔 평화권 제정 기념 심포지움의 코스타리카 외교부 장관, 유엔평화대학 총장, 유네스코와 기타 국제기구의 평화분야 전문가들의 발표문을 수록했다. 본 내용은, 평화권 선언을 둘러싼 논쟁, 평화권의 일반적 소개, 평화권에 대한 철학적 접근, 냉전 시기 세계적 지역적 수준에서의 평화 의제, 냉전 종식 이후 유엔에서의 평화권 논의, 2016년 평화권 선언의 분석, 향후 국제적 합의의 과제로 구성되어 있다. 체계적이고 풍성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평화권 제정의 역사 기록으로도 중요한 자료이다. 1945년 제정된 유엔 헌장은 유엔의 기본 목적을 평화와 안보의 유지에 두고 있다고 천명했지만 오랫동안 평화에 관한 권리를 규정하는데 오랫동안 실패해왔다. 평화의 권리를 언급하고 있는 두 개의 국제인권법은 1981년 제정된 아프리카 인권헌장과 1985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평화의 권리 선언] 인데 평화의 권리를 정립하기에는 충분치 못했다. 이후 평화권 논의는 2000년대 대테러법 제정의 흐름 속에서 국가 권력의 남용을 제어하기 위한 논의로서 재점화되었고, 긴 논쟁을 거쳐 2016년 유엔 인권이사회의 총회의 합의로 [평화권 선언]에 이르게 되었다. 국내와 아시아 시민사회에서는 1998년 광주 518재단 주최 아시아인권헌장 채택시 평화권 규정, 1989년 이래 유엔 인권위원회를 통해서 보편적 인권규범으로 확립되고 국내 인권운동에서 추진된 양심적 병역거부의 권리 및 군사기지와 관련된 주민의 권리 증진 노력, 북한 인권 이슈를 둘러싼 시민단체들의 한반도 인권협력 방안 논의 등 영역에서 평화권 논의가 제한적으로 진행되었다. 유엔 인권제도 내에서 평화권에 대한 논의가 오랜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을 때, 인권-시민단체들의 선도적 역할이 필요하였다. 2000년대 초반부터 스페인의 바스크 정부의 지원 아래 스페인 국제인권법증진협회(Spanish Society for the Advancement of International Human Rights Law, SSIHRL)는 평화권에 관한 국제회의를 연속적으로 개최하여 평화권의 최소 구성 요소의 내용에 합의를 도출하고자 노력을 기울였다. 평화권 선언은 아직 국제법적 지위가 취약하다. 2016년 유엔 총회에서 결의된 평화권 선언은 강대국들의 반대가 심해서 아쉽게도 그간의 논의를 충실히 반영하지 못하고 축소된 선언으로 그쳤다. 그러나 스페인 국제인권법증진협회의 제안과 호소로, 전 세계 약 천여 개의 인권, 평화 단체들이 2010년에 채택한 [산티아고 평화권 선언]은 평화권 논의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여기서 소개하는 책도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산티아고 평화권 선언] 같은 국제시민사회의 그간 합의에는 평화교육을 받을 권리, 시민 불복종의 권리, 전쟁참여 거부의 권리, 평화 외교, 군사안보 분야에서의 알권리, 반인도적 무기 불법화, 무력갈등 피해자 보호, 군비축소를 요구할 권리, 군사안보 분야에서의 의사표현의 자유, 인간안보론 등도 포함되어 있다. 이 책은 그러므로 [산티아고 평화권 선언]과 함께, 그리고 앞에서 소개된 통일연구원의 『제3세대 인권과 북한』의 평화권 부분, 그리고 이경주의 『평화권의 이해』와 함께 읽으면 좋을 것이다. (인용/사용시 출처 표기 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