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도, 버스에서 창 밖을 바라보는 사람들도,마트에서 먹을거리를 사는 사람들도 모두 마스크를 하고 있습니다.사실 코로나19의 공기 중 감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하던데, 마스크는 하나의 코드가 된 듯 합니다. 이런 시국에 꼭 맞는 책이 있어 소개해 볼까 합니다.박정섭님의 그림책 『감기 걸린 물고기』 입니다. 검정, 회색, 노랑, 빨강 물고기떼가 큰 무리를 지어 이동합니다.뒤를 따르던 대왕 물고기는 '어떻게 하면 저 물고기들을 먹어치울까' 고민하다가 묘안을 떠올립니다.일명 '가짜뉴스'를 퍼뜨리기로 한 것이죠. 너네 빨강 물고기가 감기에 걸린 것 알고 있었어? 감기에 걸리면 열이 나잖아, 그래서 빨간거야. 이 말을 들은 물고기떼는 너나 할 것 없이 수근거리다가 '색깔 별로' 모이기 시작합니다.물고기 떼 중 맨 뒤로 몰린 빨강 물고기들은 대왕 물고기에 잡혀먹습니다. 대왕물고기는 좀 더 욕심을 냅니다. 너네 노랑 물고기도 감기에 걸린 것 알았어? 감기에 걸리면 노란 콧물이 나오잖아. 그래서 노란거야. 소문 때문에 궁지에 몰린 노랑 물고기를 대왕 물고기는 대번에 꿀꺽합니다.그러다가 문득 회색 물고기와 검정 물고기는 의문을 품고 서로 다투기 시작합니다. 도대체 감기에 걸렸다는 소문은 누가 내는거야?원래부터 돌던 소문인데? 왜 의심해? 너 이상한데! 분란이 일어난 물고기떼를 대왕 물고기는 모두 삼켜버렸습니다.그런데 대왕 물고기는 낮잠에 빠지고, 저도 모르게 재채기를 하게 되었죠.그 바람에 뱃속에 있던 색깔 물고기들이 모두 입 밖으로 튀어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대왕 물고기는 다시 하나가 된 물고기 떼를 마주하고는 멋쩍게 사라지며 이야기가 끝납니다. 속임수를 들켜 버린 마술사처럼 말이죠. 『감기걸린 물고기』에 나오는 이야기는 요즘 우리 사회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전염병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정보,두려움을 더욱 자극시키는 일부 언론들의 보도,안전에 대한 걱정에서 비롯된 서로를 향한 의심어린 시선,그리고 비슷한 '색깔'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이는 습성까지. 기본적인 안전이 위협받는 불안정한 시기에우리가 계속 살아가야 할 세상을 위한 고민을 던져주는 그림책입니다. 책소개: 김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