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서평은 책에 실린 추천사입니다.) 언론인이자 여성운동가인 고 야요리 마츠이는 일본인이라고 말하기에는 사유와 실천의 폭에 국경이 차지하는 의미가 너무 작다. 그는 처음에는 취재를 위하여 나중에는 운동가로서 실천적인 지식인으로서 시장과 개발이 사람들을 파괴하는 아시아 현장 곳곳을 발로 뛰었다. 야요리의 [여성들이 만드는 아시아]는 그가 아시아에서 만난 여성들의 아픈 이야기이자 일본에서 만들어진 아시아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책에서 우리는 일본속의 아시아, 일본인 속의 아시아를 만난다, 지치지 않는 야요리의 자기성찰과 아픔속의 연대를 통해서. 그래서 그에게 아시아는 저기 저편에 있지 않다. 여기 우리 속에 있다. 그래서 만들어지는 아시아이며, 여성들이 만드는 아시아이다. 이 책은 그중의 한 사람 야요리를 만나는 길이기도 하다. 이 책은 투자 지역으로서, 관광 대상으로서 ‘아시아’를 쉽게 거론하는 이들에게 어쩌면 답하지 못할 질문을 던지고 있다. 시장과 개발의 장밋빛 수사학을 벗어나 ‘폭력을 동반한 약육강식’의 현장은 과연 나와 무관한가, 우리와 무관한가? 그 현장은 항상 팔리는 자와 챙기는 자가 구분되는 곳이며 헐값에 팔리는 자들은 항상 빈곤층, 소수민족, 난민, 여성들이다. 여성의 인신매매와 이주는 신흥공업국이 필요로 하는 가사노동자와 일본이 필요로 하는 엔터테이너를 제3세계가 공급하는 구조로 유지된다. 야요리는 이 거대한 문제를 영양실조로 아이를 잃어버린 필리핀 네그로스섬의 어머니, 일본인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현지처와 아이의 절망, 일본 시장을 위해 남획되는 어장과 파괴되는 삼림을 안고 사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우리에게 전한다. 그러나 이야기마다 질문을 담고 있다. 먼 곳의 이야기입니까? 자신의 이야기입니까? 처음에 야요리 마츠이를 만든 아시아는 기생관광과 공해수출이었다. 여기서부터 그는 아시아 전역을 휩쓰는 자유시장경제모델에 대한 환상, 선진국형 소비패턴과 아시아의 가부장제의 결속을 보았다. 그에게 아시아와 여성, 그리고 일본자본주의는 그렇게 다가온 듯하다. 그래서 이 책은 자기에게 그렇게 말을 건 사람들에 대한 응답의 하나로 읽힌다. 야요리의 영혼에 응답할 차례가 있을 것이다. 작고하기 얼마전 야요리는 이 책에 등장하는 민중의 계획(PP21)에 관해 경계를 넘는 대화가 결코 쉽지 않다고, 후진들의 몫이라고 말했던 적이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야요리가 만난 많은 사람들, 현장에서 대안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한 사람 한 사람 어마어마한 경험과 얘기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이야기가 앞으로 이어질 때 ‘여성들이 만드는 아시아’의 길은 더 크게 열릴 듯하다. 야요리 마츠이의 이 책이 한국에서 번역되어 출간되는 것은 조금 늦었긴 하지만 멋진 일이다. 온갖 협박을 무릅쓰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일본 사회에서 열렬히 제기한 사람, 이 문제로 일본 천황을 전쟁범죄로 기소한 200?년 도쿄 국제법정을 조직한 사람으로 기억되는 것을 넘어, 수십년 발로 뛴 이러한 현장의 기록과 성찰이 정유진의 깔끔한 번역을 통해서 우리에게 전달된다는 너무나 값진 일이다. 이 책은 한 사람의 열정적인 조사와 성찰이 거대한 환상 아시아를 파괴하는데 어떤 기여를 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책: 마츠이 야요리, 『여성이 만드는 아시아』 (정유진, 미야우치 아키오 역, 알음(들린아침), 2005)서평: 이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