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김가연 피스모모 평화/교육 연구소 연구실장 12월의 마지막 날, 피스모모 사무실에서는 피스모모 평화/교육 연구소의 정례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2024년의 마지막 세미나였는데요. 윤세라 연구위원의 발제로 채워진 '모두를 위한 탈분단교육' 세미나에 15여분이 온라인으로 함께해주셨어요. 북한 연구자이신 윤세라 연구위원의 발제는 제목부터 흥미를 끌었는데요. '모두'를 위한 '탈분단' 교육, 어떤 이야기가 오갔을까요? 한국 사회에서 '북한' 혹은 '조선'은 국가로 인정하기 어려운 존재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정식 명칭이 있는데도 북한이라는 한국 중심의 명칭을 주로 사용하는 것 처럼요. 이렇게 조선은 통일의 대상으로 인식되어, '반공교육'을 중심으로 오래도록 통일 교육의 주제가 되어왔습니다. 하지만, 학교만이 '통일' 교육의 주체가 되다보니, 교육의 대상이나 내용이 다양하게 확장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세라 연구위원은 분단을 주제로 진행했던 청년 집담회를 예로 들며, 이러한 제한적인 통일 교육의 영향으로 한국 사회에서 고착화 되고 일상적으로 수행되고 있는 '분단'을 풍부하게 사고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짚습니다. 통일 대신 분단을 이야기하려고 하면,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머리가 하얗게 비워진다는 반응이 많았다고요. 또한 분단이라는 언어 자체는 중립적이며, 적 혹은 아를 담는 언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분단을 빌미로 적을 구분하고, 두려움을 양산하는 정치가 계속되고 있다고요. 따라서 일상 곳곳에 스며있는 분단의 영향은 '분단'이라는 언어로, 다양한 연결에 따라 다르게 이해할 수 있다고 제안합니다. 그 속에서 분단을 벗어나 사고하는 '탈분단'교육이 이루어져야한다고요. 세라 연구위원은 다양한 영역에서 분단의 흔적을 찾아 주셨는데요. 2000년대에 한창 좋은 값에 팔렸던 북한'산' 고사리, 조선에서 제조하여 중국산으로 라벨링되어 팔리는 옷에서 분단을 뛰어넘어 연결되고 있는 일상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2022년에 수해로 많은 이들의 생명을 앗아간 '반지하' 주거지역은 1970년대에 조선과의 시가전을 고려하여 참호형식으로 만들었던 것이 주거용으로 전환된 것이라고 하고요. 그 밖에도 DMZ와 군 기지 등 군사와 국가가 생태를 '반생태적'으로 독점하고 있는 상황, 대남-대북 방송이나 재난 문자 등 적/아를 구분하는 '안보 위기'는 분단에 뿌리를 둔 국가 중심의 안보 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세라 연구위원은 이러한 맥락에서 '종북 세력 철폐'를 위해 12월 3일 밤의 비상계엄 선포도 가능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발제에 이어 참여자들과 연구위원들의 질문과 토론이 이어졌는데요. 탈분단 교육이라는 대안에 여전히 분단이라는 언어의 고정성이 존재하지 않는지, '모두'의 범위는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탈분단을 공동체 차원에서 실천할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일지 등의 질문을 통해 분단에 대한 인식 격차를 줄이는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다양한 자료들을 통해 흥미롭게 이야기를 풀어가주신 윤세라 연구위원님 덕분에 2024년의 마지막 밤이 반짝 빛났습니다. 2025년에도 의미있는 자리를 자주 마련하고자해요. 피스모모 평화/교육 연구소에서 꼭 만나뵙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