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강협/ 피스모모 평화/교육 연구소 연구위원 [인권왓 칼럼] 핵무기는 승리가 아니라 패배를 담보한다2024년 10월 1일 국군의 날, 국군의 멋진(?) 시가행진이 벌어졌다. 그리고 ‘현무-5’라는 탄도미사일을 공개하였다. 북한은 비난의 목소리를 내면서 자신들은 핵을 보유했다면서 남한을 조롱하였다. 같은 날,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시설 공격 가능성을 언급하였다. 중동전쟁의 확전은 자연스레 이란의 핵무장을 촉발할 수 있다. 9월 25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자국의 핵 사용 원칙을 담은 핵교리 문서의 개정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바로 이어서 러시아는 한미 군사동맹이 ‘핵’ 수준으로 강화된 상황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러시아-북한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체결이 촉발되었음을 드러냈다. 그리고 자주 우크라이나 전황에 대한 나토의 지원을 언급하며 핵무기 사용으로 위협을 가하고 있다. 6월 17일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에서 발표한 2024 연감에서 중국의 핵탄두 보유량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그에 따르면,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핵무기를 늘리고 있으며 10년 안에 러시아나 미국보다 더 많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보유하게 될 수 있다고 예측한다. 개략적으로 봐도 이 정도인데, 대체로 관련 전문가들은 세계는 지금 핵 감축 체제를 해체하고, 핵 경쟁의 흐름으로 들어가는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지난 26일 제주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주시민평화운동 토론회'에서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이태호 소장은 윤석열 정부의 대외 정책이 세 가지 악순환(▲상호위협 증가의 악순환 ▲핵 위협 증가의 악순환 ▲미-중 갈등 연루로 인한 관계 악화의 악순환)을 만들며 오히려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윤석열 정부가 전쟁 프로세스로 가면서 제주도가 전초 기지화 되어가고 있다”며 “위협은 커졌고 우리가 감당해야 할 비용도 커지고 있다. 기후와 평화를 연결하는 이니셔티브를 가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현재 제주의 상황은 어떨까? 제주해군기지에 핵 잠수함, 핵 항공모함이 드나들고 있다. 미 해군 측량함은 이미 강정 앞바다까지 다 훑고 지나갔다. 우리나라 국방부는 2019년 남부탐색구조부대 창설 계획을 공식화하였다. 더불어 2022년 12월 국민의 힘 북핵특위는 제주2공항에 대해 전술핵 배치를 언급했으며, 실제로 미국 전략자산의 전개를 염두에 두고 공항이 건설되어야 한다고 발표했다. 현재도 제2공항에 관한 군사기지 논란은 명쾌하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태호 소장의 우려처럼 제주가 이미 전초기지가 되고 있다. 제2공항까지 건설된다면 제주도의 면모는 확실한 미군 핵전력의 전초기지로 규정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전쟁에 관한 국제법상 군사기지에 대한 공격과 폭격은 합법적이다. 제주도가 그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4월 19일 열린 제주평화비핵지대 선언을 위한 토론회에서 이대훈 교수(전 성공회대학 평화학)도 현재의 정세를 짚으며, 제주도가 핵과 전쟁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대안체제가 고민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화와 인권의 원리를 평화의 섬 제주의 토대로 삼아, 제주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분쟁의 위험을 식별하고 널리 알리며, 평화 체제를 실현하기 위한 플랫폼 구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대통령은 10월 1일 군사퍼레이드를 보면서 “북, 핵무기 사용 기도하면 정권 종말의 날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날 한 정치평론가가 언론 매체에 나와 그에 대해 언급했다. ‘대통령의 말이 맞다. 한반도에서 북이 핵무기를 사용하면 북한 정권 종말의 날이 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만이 아니라 우리도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고 비꼬아 평했다. 지구의 다른 한편에서, 러시아는 전황이 불리하다 싶으면 지속해서 핵무기 위협을 가하고 있다. 또 중동전쟁에서는 전황이 어려운 쪽의 선택이 핵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동아시아에서 핵무기의 사용은 제주도민들에게 승리와 패배도 아닌, 그냥 ‘죽음’이라는 의미만 가질 뿐이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결국 핵무기는 승리가 아니라 모두의 패배를 담보할 뿐이다. 어차피 패배하여 죽느니 적도 같이 없애버리자는 파괴적 본성은 국가 간에도 존재한다. 2023년 9월 26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국제 핵무기 전면 폐기의 날’을 맞아 메시지를 내었다. “핵무기의 위협 아래 우리 모두는 언제나 패배자입니다!” 1984년 유엔은 총회에서 ‘인류의 평화에 대한 권리선언’을 채택한다. 이 선언 제3조는 “인류의 평화권 행사를 보장하는 것은 전쟁의 위협, 특히 핵전쟁의 위협을 종식하기 위한 국가들의 정책을 요구하며, 국제관계에서의 무력 사용의 포기와 유엔헌장에 기초한 평화적 수단에 의한 국제분쟁의 해결을 요구한다는 것을 강조한다”고 서술하고 있다. 2016년 유엔은 또다시 평화의 권리에 관한 선언(A/RES/71/189) 제2조에서 “국가는 (중략) 사회 내 및 사회 간의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공포와 결핍으로부터의 자유를 보장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인권활동가로서 필자는 제주도민의 평화권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2차세계대전 말미 우리 제주도민들은 격동의 정세 흐름 속에 무자비한 학살을 경험해야만 했고, 이후 제주도민의 평화롭게 살아갈 권리는 극한의 이념 논쟁으로 관심조차 받지 못했다. 현재의 세계정세, 아니 지금 제주를 둘러싼 이 지역의 국제 정세 속에서 필자는 매우 큰 위기를 느낀다. 그 위기는 우리가 미처 대비하기도 전에 몰려와 핵무기라는 죽음을 뿌려댈지도 모른다. 마치 4.3처럼. 핵이라는 거대한 힘이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는 신화적 왜곡을 걷어내고, 핵의 공포에서 자유로운 제주를 상상하고 이를 국가와 국가들에게 요구해야 한다. 평화비핵지대 제주 실현에 대한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며, 이는 제주도민의 평화롭게 살 권리를 보장하는 실천이 된다. 기사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