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왓 칼럼] 동아시아 군사 갈등 최전방 우려...4.3 통해 평화의 섬 지향해야 신강협 연구위원 1948년 제주 4.3 당시 국제 정세는 제주를 ‘레드 아일랜드’로 명명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마무리되면서, 상호 증오에 기반한 진영 대결, 냉전의 시대는 제주도를 피로 휩쓸어버렸다.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오리라는 사람들의 순진한 기대가 금세 피의 학살로 변해버린 것이었다. 제주 사람들은 평화롭게 생존하는 것이 아닌 그야말로 피의 생존을 위해 4.3 토성 안에서, 다랑쉬 오름의 깜깜한 굴 안에서 숨죽여 생존해야만 했다. 그리고 제주 4.3의 잔혹한 학살은 침묵을 강요받았고, 세상은 상대에 대한 비난과 위협을 극으로 끌어올리며, 상대를 향해 돌진하는 핵무기 경쟁을 극한으로 몰아갔다. 가까스로 냉전체제가 멈춰서긴 했다. 하지만 여전히 평화는 찾아오지 않았다. 강요된 침묵은 고요함이 되었고, 학살은 길고 깊은 트라우마가 되었다, 제주사람들에게 특히. 다시 오늘이다. 2024년 4월 11일 언론보도에 따르면, 전 합참의장 정승조씨는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제2회 KWO 나지포럼(‘전쟁기념사업회 나라를 지키는 포럼’의 준말)’에 토론자로 참석해, 만약에 트럼프가 미 대통령에 당선되면, "주한미군 철수 혹은 축소가 거론된다면 북한의 도발에 대한 억제력 강화를 위해 우리의 핵 능력을 보강하는, 핵 능력에 더 접근하는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전 주일대사 신각수씨는 "(우리나라로선) 잠재 핵 능력 보유와 전술핵 배치 등 (자체) 핵 억지 능력 제고를 위한 기회도 있는 만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발언들은 현 정권의 평화 관련 인식의 흐름 속에서 더 큰 공포감을 자아내고 있다. 실제 윤석열 정권은 이미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북한 비핵화’로 바꿔쓰고 있으며, ‘힘에 의한 평화 구축’에 방점을 찍고 있다. ‘만약’이라는 가정이 있지만, 실제 기회가 된다면 우리나라가 자체 핵무장으로 갈 수 있다는 사실이 공공연하게 이야기되고 있다. 현재 국제 정세에 있어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끝날 기미가 잘 보이지 않고 있다. 각국의 첨예한 이해관계의 대립에 있어서, 한 측의 우위는 상대의 핵 위협 발언을 돋우고 있다.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진에 있어서 러시아의 최종적인 대응은 ‘핵무기 사용’이다. 그뿐만 아니다. 이스라엘의 무도한 공격에 대한 이란의 보복 공격은 제5차 중동전쟁으로 거침없이 암시되고 있으며, 여러 국제 언론보도의 배경에 핵무기가 어른거리고 있다. 세상은 주로 미국이 확전을 경계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미국은 노골적인 이스라엘의 확전 전략에 대해 책임을 묻기보다 이란에 자제만을 요청하고 있다. 폭력을 행사한 자에게는 지원을 계속 약속하면서, 피해국에는 자제를 요청하는 미국의 현실적 태도는 너무나 이중적이고 위선적이다. 전쟁은 바로 거기에만 있지 않다. 미국민의 세금으로만 운영되는 VOA(미국의 소리) 방송은 4월 11일 “미·일·필리핀 정상회담 "모든 남중국해 상호방위조약 적용"”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내보냈다. 상호방위조약은 조약의 한 상대국이 공격받으면 조약국들이 함께 싸워준다는 의미이다. 실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남중국해에서 필리핀의 항공기나 선박, 군에 대한 어떠한 공격에도 상호방위조약을 발동할 것입니다.”라고 발언했다. 이 정상회담은 일본이 미국에 협력하면서도 동아시아에서 안보 관련 일본이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는 국제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4월 13일자 VOA_KOREA는 “미일 안보동맹 수준 격상, ‘중국 억제’가 핵심…한국 참여 불가피”라는 제하의 기사 내용이다. 이 기사에서 ‘전문가들은 그러나 한국이 앞으로 중국의 위협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미일 안보동맹 구상에 참여하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는 점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이런 일련의 흐름을 현실 속에서 마주해보자. 불과 몇 개월 전 필리핀 보급선이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Spratly Islands, 중국명 난사군도)에 좌초시켜 둔 필리핀 군함에 가려하자, 중국 해경이 물대포를 쏘며, 이를 제지했다. 이에 대해 필리핀은 강력 반발했다. 그런데 이번 정상회담이 강력한 실행력을 갖추고, 필리핀이 중국의 탈국제법적 행동을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인다면, 미국과 일본은 자동으로 중국과 전쟁을 벌여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더불어 한국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한국도 미일 주도의 동맹군에 서서 싸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제주 강정에 있는 해군기지와 설왕설래 말이 오가는 미래의(?) 공군기지는 반중국 군사기지가 될 수밖에 없다. 필리핀뿐만 아니라 대만 문제, 중일 간의 댜오위다오/센카쿠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미국과 일본의 이익을 위해 한국의 참전이 강요될 수 있다. 그러한 상황이 되면 한국의 참전에 있어서 최전방은 제주가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우리로서 더 황당한 내용은 위 보도 내용 중에 윌슨센터의 아시아·인도태평양 국장인 고토 시호코씨는 심지어 ‘한국의 참여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면서 한국이 선제적이고 주도적으로 참여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거침없이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주 사람들은 4.3이라는 역사적 아픔을 통해 평화의 섬을 선언하고, 평화롭게 생존할 권리를 요구하고 있다. 4.3 당시 국제 정세는 제주를 ‘붉은 섬’으로 묘사하고, 사람들을 학살하고도 극악의 핵무기 경쟁을 벌이며, 더 큰 학살인 전쟁을 떠들어댔었다. 2024년 4월, 지금 상황이 1948년 4.3 당시 상황에 대한 기시감이 느껴지는 것은 괜한 기우일까? 필자는 공포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 공포감은 핵무기를 언급하는 세계 최강국들의 발언에 더 깊어진다. 제주 해군기지에 미 핵잠수함과 핵항공모함이 드나들고 있다는 소식이 종종 전해지고 있다. 4.3을 통해 얻은 소중한 평화가 국제전쟁과 ‘핵’이라는 인류 파괴적 무기로 가려져서는 안 되겠다. 그러한 점에서 필자는 우리 제주도가 스스로 평화를 선언하고, 스스로 핵의 장막에서 벗어나는 실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제주비핵지대’는 순진한 이상이 아닌 평화와 인권의 섬 제주의 구체적인 모습 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 이번 주말쯤에 국제관계전문가들과 제주의 평화를 위해 일생을 통해 헌신한 제주사회 대선배들의 제주비핵지대와 평화에 관한 이야기 마당이 열린다고 한다. 우리 모두 귀를 열고 잘 들어봤으면 좋겠다. 제주 사람들, 모든 사람이 모두 평화롭게 살아가는 세상이 제주에서도 시작 되었으면 좋겠다. 기사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