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와 TEPI가 함께 주최한 정세분석 토론회가"동북아 군사 충돌 위기, 예방을 위한 모색"을 주제로 지난 11월 22일에 열렸습니다. 변진흥 가톨릭 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장님의 사회로 진행된 이 날 토론회에는 강주석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소장님의 메시지로 시작되었습니다. '우리의 총창 위에 평화가 있다'는 북한의 노래를 소개해주셨는데요. 무기 위에 평화가 있다는, 즉, 국방력을 통해 평화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근래 동북아시아에서 급속하게 자리잡고 있는 현실을 뼈아프게 바라보아야 한다면서, 안보 딜레마가 고조되고 있는 위기 상황에서 평화를 간절히 원하는 분들의 용기 있는 목소리를 기대하겠다고 힘을 실어주셨습니다.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는 패널들. 왼쪽부터 문아영(피스모모 대표), 백장현(가동평연 운영연구위원), 이대훈(TEPI 소장), 박문수(가동평연 운영연구위원) 발표는 총 두 분이 맡아 주셨습니다. “동북아 역내 군비 증강, 군사 활동 확대 실태와 영향 분석”백장현 박사, 가톨릭 동북아평화연구소 운영연구위원 “동북아 세력 갈등 현황과 평화운동의 과제: 갈등예방과 조기경보 방안 모색”이대훈, 피스모모 평화/교육연구소 소장 백장현 박사님은 동북아시아의 군비 경쟁 실태를 데이터를 통해 짚어내고, 북핵 해결의 단기/중기/장기 비전을 제안하셨습니다.단기적인 해법으로는 외교적인 수단, 즉, 지난 수십년간 이어온 합의를 충분히 활용해야 한 외교적인 대화를 통한 북핵 해결입니다. 중기적인 해법으로는 비핵지대화를 논의해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핵무기 금지 조약에 가입함으로써 핵무기 없는 세상의 실현을 모색해야 합니다. 그리고 동북아에 협력적인 안보협의체를 세워서 협력적인 안보 질서를 구축해야 합니다. - 백장현 박사 발제 중이대훈 소장님은 동북아시아의 군사 충돌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현상을 심각하게 바라보아야 한다며, 의제 재설정을 제안하셨습니다. 그동안 '한반도 문제'라고 설정한 의제에서 그 원인을 '북한의 탓'으로 흡수시켜 버리는 한계를 직시해야 하며, 한반도 문제가 아닌 동북아의 '지역 갈등'으로 의제를 전환해야 한다고 짚으셨습니다. 더불어 동북아시아의 무력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 조기 경보 시스템과 시민 평화 외교의 필요성을 말씀해주셨어요. 조기 경보에 집중합시다. 지금의 무장 상태와 강대강의 대립 우려가 위험도를 넘어섰기 때문에 이대로 가게 되면 (핵무장 때문에)전면전을 쉽게 할 수는 없을지라도 무기상들의 실험을 위해서 국제적인 충돌의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아진 상태입니다. 국제적인 충돌이 작게라도 일어나면 이것은 대규모의 충돌로 발전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평화 프로세스나 대화 협력의 모든 것들을 한 번에 무너뜨릴 수 있는 성격이 동북아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 이대훈 소장 발제 중 발제 이후 문아영 피스모모 대표님과 박문수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운영연구위원님의 토론이 이어졌는데요. 우선 토론을 맡은 문아영 대표님은 평화를 만드는 것을 영성의 차원에서도 고민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기해 주셨습니다. 종교적 영성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사회적인 영성으로 확대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주셨어요. 사회적인 영성의 차원에서 우리가 어떻게 하면 모두가 공유하는 미래를 위해서 이미 존재하는 힘들을,추상성의 차원이 높은 이야기를 담론이 있더라도, 구체적인 행동으로 연결시킬 수 있을 것인가 함께 고민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문아영 대표 토론 중 박문수 운영연구위원님은 동북아 무기 경쟁의 맥락에서 평화 활동을 한다는 것의 의미와 가치를 되짚으시면서, 안보 딜레마에 대응할 만한 평화 내러티브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는 문제를 제기해주셨습니다. 요즈음 K-방산, 즉 해외에 몇 조 원씩 무기를 수출하게 됐다는 것에 대해 감격해 하고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갖고 있는 평화라고 하는 의식이 결국 힘에 의한 평화가 지배하고 있는 것이죠. 이것을 거슬러서 어떻게 평화를 현실화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듭니다. - 박문수 운영연구위원 토론 중 참여하신 분들 한 분 한 분 토론을 통해 의견을 나누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전 세계가 갈라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한반도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위기감이 굉장히 구조화되고 있다라는 것을 느꼈어요. 또 하나는 이 위기가 대단히 항상화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전쟁이 일어날 때 일어나기 전에 군사적 갈등이 굉장히 일상화되어 있는 상황, 즉, 당장 전쟁이 나도 이상하지 않았던 상황과 유사하다는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위기의식이 너무 무감해지고, 더불어 전쟁의 가능을 그냥 방관하게 되는 양상을 초래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는 전쟁은 없으니까요. 2018년에 대체복무제가 없는 현행 병역법이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나면서 대체복무제가 시작이 되었는데요. 그런 적극적인 군사주의에 대한 거부 행위가 제도권으로 포석이 되면서 이 말들의 힘들이 너무나도 약해지고 있다는 것을체감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병역 거부자들의 적극적 실천과 언어들을 문아영 대표님 말씀처럼 앵커 포인트(anchor point)로 삼고 싶은데, 저항 행동이 제도권으로 포장되면서 그 힘을 잃는 현상, 이 아이러니함을 어떻게 우리가 돌파를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됩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포위를 해버린 상황에서, 미국에서는 이를 안티 차이나가 아니라 안티 아시안(Anti-Asian)으로 굳혀가고 있어요. 그래서 제가 제안하는 것은 아시안 연대체를 꾸리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그러면 미국이 만들어내는 그런 대립적인 관계를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누가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주체가 되어야 할 것인가? 변화의 힘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 종교의 역할은 무엇이고 종교가 그런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대화가 아주 좋았습니다. 전환을 꿈꾸는 우리에게 우리의 메세지와 담론을 이어갈 제대로 된 언어가 없다는 다른 참여자들의 이야기에 매우 공감이 되었는데요. 그 중에서도 이번 토론회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참여자 모두가 자신의 말을 진솔하게 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스스로를 열고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이 감동이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종교에서 말하는 신비 신앙은 사실 굉장히 불확실한 것, 정확하게 규명하기 어려운 것인데, 그것을 '우리가 믿자'고 하고 약함에서 강함을 찾는 것이죠. 하지만 정작 종교가 교계화되고 힘을 가진 존재가 되어가면서 확실함을 자꾸 추구하고, 힘을 가지려고 하는 순환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본질로 돌아가서 취약함을 이야기해야 하는데, 세상의 언어로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지 계속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또, 종교는 아주 미시적이고 아주 거시적인 말은 참 잘하는데, 그 중간 얘기를 하는 데는 좀 미숙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끝난 토론회. 서로 다른 두 연구소가 공동으로 마련한 첫 토론회였는데요. 익숙한 얼굴들이 아닌 조금은 새로운 얼굴들이 깊게 만날 수 있는 자리여서 의미가 깊었습니다. 앞으로도 서로의 역량을 십분 활용하여, 평화를 위한 목소리와 대안들을 더 많이 내놓을 수 있길 기대하며 토론회를 마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