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밤공기가 싸늘했던 6월의 저녁, 2022년 테피 연구소의 첫 살롱드모모, '분단: 일상 공간에 스며든'이 활짝 열렸습니다. 지난 4월에 연구소 정례 회의에서 최영진 연구위원님이 나누어주신분단과 공간의 이야기를 좀 더 많은 분들과 나누고자 마련한 자리인데요.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모인 여러 얼굴들의 이야기, 살짝 들려드릴게요. 최영진 연구위원님은 평화·통일교육 콘텐츠인 "분단의 일상성, 비판적으로 읽기 1권: 이론편" 을 집필하셨어요.이번 살롱드모모에서는 일상 공간 곳곳에서 알아차릴 수 있는권력과 분단의 흔적들을 차근차근 살펴보아 주셨습니다.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 생각을 여는 질문을 던져주셨어요. 일상 공간에 권력이 어떻게 스며있을까요? 우리가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집이나 사무실, 학교 등에도 권력에 따라 공간이 분리되어 있는데요. 아파트 입구에 차단기가 설치되어 있고, 사무실에서 임원과 사원의 업무 공간이 분리되어 있고,학교에서 교사와 학생이 사용하는 화장실이 분리되어 있는 것 등 말이죠. 이렇게 공간을 분리하고, 일부의 사용을 통제하는 과정을 통해 권력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거꾸로 공간에서 발생하는 권력을 이용하는 경험을 떠올려보기도 했어요.한 번 생각해보시겠어요? 공간 전략을 사용하여 다툼을 중지시킨 적이 있나요?영역을 설정해 평화를 만들거나 유지시킨 사례가 있나요?평화의 공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혹은 장소는 무엇인가요? 아이들끼리 싸움이 나면 '생각의자'에 앉으라고 한다던지, 화가 치밀어 오를 때, 잠시 자리를 박차고 나갔던 기억이 있으신가요? 일상에서 공간을 사용하여 다툼을 중지시킨 경험들이죠.이 맥락에서 한 참여자분은 '공간을 통합해서 갈등을 해결하고자 하는 경험'이 있었는지되돌아 보게 되었다고 덧붙여 주셨습니다. 분단도 일상에 미치는 권력 중 하나이죠.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은 도시의 구성과 개발에 분단이 크게 영향을 미쳤는데요.위에 보시는 것처럼, 남산 터널은 애초에 북의 침공을 대비한 벙커형 대형 광장을 마련할 목적으로십자형 터널로 계획되었다고 합니다. 효율성을 따지만 십일자로 만드는 쪽이 더 나은데도 말이죠.실제로 지하 광장은 조성되지 않았지만, 남산 1호, 2호 터널은 십자로 뚫려있습니다. 이 밖에도 주변을 둘러보면 보이는 분단과 군사주의의 흔적들을 함께 짚어보는 대화들이 오갔습니다. 이야기가 무르익으면서 소그룹 토론도 활발히 이어졌는데요. 소그룹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있었답니다. 일상에 깊게 스며든 분단의 흔적들을 혼자서 알아차리기란 너무 어렵다.이런 모임들을 통해 일상을 낯설게 보도록 서로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군부대 앞의 장애물을 이용하여 노는 아이들 처럼, 공간을 변용하는 시도가 필요하다.미군기지를 변용하여 문화기지로 만들었지만, 아이들은 그 자리에 남겨진 탱크 밑에서 논다.기존의 것을 새롭게 해석하기 보다는, 피상적인 변화에 그친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평화의 공간을 상상할 때는, 기존의 것을 벗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분단의 일상성이라는 시각으로 주변 공간을 둘러보니참 재미있는 발견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서로의 시선이 일상에 감춰진 분단의 흔적들을 더 많이 발견하고,평화를 위한 상상으로 이어지기 위해 자주자주 자극을 주어야겠다는 다짐도 나누어봅니다. 그 날의 기록을 짧지만 생생하게 보시려면, 아래 영상을 클릭해보세요:)피스모모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