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논란을 뒤로하고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중국은 '오염 왕국'이라는 누명을 벗고자 '친환경 올림픽'을 선언했는데요. 경기장 운영에 필요한 에너지를 100%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고, 2008년 베이징 여름 올림픽 당시 지어진 경기장을 활용하며, 빙상 경기장의 얼음을 얼리는 데도 온실가스 배출이 현저히 적은 이산화탄소를 냉매로 사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친환경 방식을 따랐는지 여부는 확인해 봐야 알테지만, 그 시도만큼은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소식도 들리는데요. 알파인 스키 경기장이 위치한 베이징 인근 옌칭구에 겨우내 눈이 전혀 내리지 않아서, 두 달 동안 120만㎥의 물로 인공눈을 뿌려야 했다고 합니다. 수영장 500개를 채울 수 있는 엄청난 양의 물이 17일간의 축제를 위해 소비된 셈이지요. 올림픽의 과정에서 자연이 착취당하는 일은 새로운 일이 아닙니다. 2014 러시아 소치동계올림픽의 경우 철새들의 서식지인 습지에 경기장을 건설하면서 철새들이 갈 곳을 잃었고, 2016 브라질 리우올림픽의 경우, 수상경기가 열리는 바다가 심각하게 오염되기도 했습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은 스키 경기장을 조성하기 위해 가리왕산 고목들 5만 8천여 그루를 벌목했지요. 모두 500년이 넘게 그 자리를 지켜왔던 나무들이었습니다. 올림픽을 위해 오랜 시간 흘린 땀들을 잊지 말아야겠죠.하지만, 올림픽의 화려함에 가려진 비인간존재들의 고통을 반드시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누가 가리왕산을 안고 운다 최승호가리왕산의 큰 슬픔에 대해서나는 말할 자격이 없다 슬프다누가 가리왕산을 안고 운다왕사스레나무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다고작 17일간의 겨울올림픽을 위해서천년 주목들이 넘어져 있다 기계톱들이가리왕산의 허리를 베면서 전진한다아름드리 들메나무가 넘어진다눈측백나무가 넘어진다만년석송들이 쓰러진다 슬프다누가 가리왕산을 안고 운다 - 『누군가의 시 한 편-시는 오래도록 펄럭이는 깃발이다』(달아실,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