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5일 저녁 TEPI의 네 번째 공개세미나이자 올해 첫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이번 세미나는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날 수 없었는데요. 대신 각자의 위치에서 원격으로 접속하여 만나는 온라인세미나(webinar)를 시도해보았습니다. 급작스러운 변경이라 걱정은 되었지만, 세미나를 온라인으로 변경하고 나니 원래 참석이 어려우셨던 분들이 목포에서, 하남에서, 수원 등지에서 참석을 해주셨습니다. 온라인세미나의 경험은 신선했습니다. 세미나 내내 발표자만 보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얼굴을 들여다 볼 수 있었기에 색다른 탈중심화(decentralization)의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오늘 세미나에서는 안보개념을 연구해오신 대훈께서 준비해주셨습니다. 특별히 공동안보의 개념을 커먼즈의 개념과 연결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먼저 안보란 "실재(real)가 아니라 구성(construct)이자 개념"이며, 이 개념은 "식민화-근대"이후에 발전되었다는 말씀으로 시작하셨습니다. 이런 특수한 역사적 배경을 갖는 안보 패러다임은 보통 어떤 행위를 ‘적대 행위’로,어떤 수준의 행위를 ‘위협’으로, 또 어떤 국가를 ‘적국’으로 규정하는,일상적인 해석과 인식의 영역을 포함한다. (발제문, 2p) 기존의 안보 패러다임은 "적대적"이고, 때로는 "초법적"인 행위마저 정당케 했는데, 냉전시대 이후로 "적을 상정하지 않으면서 대화와 협력을 통한 안보 문제 해결을 모색"하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등이 나타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셨습니다. 더불어 팔메보고서(1982), 유엔의 사무총장 보고서(1985) 등으로 발전되며 공동안보론이라는 개념이 등장했음을 말씀해주셨습니다.OSCE는 공동안보를 구현한 유일한 기구로 간주되는데,적을 상정하지 않으면서 대화와 협력을 통한 안보 문제 해결을 모색하며신뢰구축, 예방외교 활동을 통해 군사/비군사적 안보위협 요인 제거에 주력하는,세계 최대 지역 안보기구이다. (발제문, 4p) 이어서 커먼즈의 개념에 대한 소개가 있었습니다. 미셀 바우웬스와 바실리스 코스타키스를 인용하며, 커먼즈란 공적인 것(the public)과 사적인 것(the private)을 넘어서는 제 3의 방법, 공유하는 것(the commons)으로 설명해주셨습니다. 커먼즈 운동은 “자본에 의한 퍼블릭 도메인(공동영역)의 식민지화와 전유”에 대항하는 특성을 가지며,“전통적인 소유권의 이해와 대조되는 공유지(커먼즈)의 가장 중요한 특성,누구도 특정한 자원을 배타적으로 사용하거나 처분할 통제권을 갖지 않는다는 것..."- 바우웬스와 코스타키스의 『네트워크 사회와 협력 경제를 위한 미래 시나리오』(윤지형 황규환 옮김, 갈무리, 2018) 중에서 커먼즈 개념의 핵심은 커먼즈 혹은 커먼웰스(commonwealth, 공동의 자원)를 누구도 배타적 소유권이나 통제권을 갖지 않고, 국가나 개인에 의해서가 아닌, 시민의 집단적이고 민주적인 자주 관리에 의해서 다루는 것이라고 소개가 되었습니다. 이 때, 무엇이 커먼즈에 해당할 것인가는 좀 더 깊은 이야기가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일단 바우웬스와 코스타키스는 공유지식자원(지식, free 소프트웨어, 공유 디자인)등을 언급했고, 하트와 네그리는 물질적 부(지구, 생태계 포함)와 비물질적 부(바우웬스와 코스타키스의 공유지식자원 등과 유사)를 모두 이야기하였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커먼즈 운동은 시민의 ‘commonwealth’(공통의 부/공통체/공동체)를 되찾는 실천으로 전개되고 있다. 근대 국가와 자본주의를 하향식으로 변화시키기보다 공유 자원을 포함하여 공통적인 것들을 국가와 시장의 통제로부터 해방시켜 그 안에서 변형시키는 데 집중하는 듯 보인다. 커먼즈 운동은 자원에만 집중하지 않고 상호지원, 갈등 협상, 소통, 실험적 행동, 자율 생산, 거버넌스, 문화, 전통, 가치를 고안해내는, 지난 공동 체주의와 다른 공동체 운동이기도 하다. 그럼으로써, 인간의 재규정, 시민의 재규정, 국가의 재규정, 재산과 소유의 재규정, 생산의 재규정, 재식의 재규정, 거버넌스의 재 규정, 협력의 재규정 등 대안근대성을 추구한다. (발제문, p. 10) 대훈은 두 개념의 접점과 차이점을 도표로 설명해주시면서, 커먼즈의 개념이 공동안보론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하였습니다. 즉, 공동안보론은 냉전시대의 국가안보주의에 대한 대안은 되었지만, 안보라는 것 자체에 대한 국가의 독점과 시장의 영향은 여전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선생님은 "탈안보"를 대안으로 제시하였습니다. 다음 두 인용에서 잘 드러나고 있는데요. 그래서 나는 커먼즈 운동의 철학과 임팩트를 적극 취하면서, 그 원리적 측면을 비판 적 안보론과 그 운동에 적용하는 일은 아무래도 ‘모두의 공동의 안전을 추구하는 탈 안보 운동’의 개념화하고 구성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발제문, p. 12)탈안보운동이 지향하는 국가는 동등한 시민이 안보의 생산과 관리의 주체가 되어, 폭력 및 위협의 해석과 생산 및 사용에 관한 대안적인 네트워크 체제를 만드는 일이 다. 이 체제는 공포 정치와 예외 정치에 대한 대항이기도 하다. (발제문, 12) 발제가 끝난 후 세미나에 참여자들은 다양한 질문들을 던져주었습니다. "누가 적을 규정하는 독점적권한을 가지고 있는가?" "공동안보론의 실질적인 형태는 어떤 모습일까?" "그렇다면 안보는 누가 만들어낼 것인가?" 등의 날카로운 질문들이 이어졌고, 모든 모임은 약 두 시간 정도에 걸쳐 진행된 후 마치게 되었습니다. 총 17분이 참여하여 주셨습니다. 많은 분들이 한 쪽 분야에 대해서는 익숙하나 다른 한 쪽에 대해서는 낯선 경험을 갖고 계셨는데, 서로에게 많이 배운 시간이 되었습니다. ------------------------아래는 참여자 분들이 남기신 후기의 일부입니다. 좋았습니다! 제가 현재 수원에 살고 있어서 오프라인 모임이었다면 참석에 고민을 했을텐데, 온라인 세미나로 진행되어서 고민 없이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공동안보와 커먼스를 연결하고자 하는 지점에 대해서 학술적으로, 이론적으로 짚어내는 부분이 좋았습니다.최근 홍콩 민주화 시위에서 국가 기간 통신망을 독점하고 통제하고 있는 중국정부에 대한 반발이 심했다고 한다. 시민들은 이러한 통제와 감시 체제 속에서 저항하며 특별히 시위 참가자들 개개인을 잇는 통신 방법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했다. 폐쇄형 메신저인 텔레그램마저 감시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완전히 다른 방식의 통신방법을 찾아낸다. 개개인이 가진 스마트폰의 블루투스 네트워크를 통해 단거리에 있는 사람과 사람을 잇고 개개인이 기지국화 되어 장거리에 있는 시위 참여자들과도 소통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비단 커먼즈 운동의 발현이 아니더라도 이처럼 사람과 사람을 잇는 (person to person) 또다른 P2P로 연결 된 네트워크의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생각한다.오래 전에 강정의 해군기지와 오키나와의 미군기지에 대한 저항운동의 연대에서 섬들의 연결이란 말을 접한 기억이 있었다. 존재와 존재을 잇는 그러한 단단한 네트워크로서의 커먼즈 운동을 발견해 나가는 것 같다. 체제에 저항하는 평화운동으로서 커먼즈 운동도 그러한 맥락 안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끗!!이 사회, 지구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우리가 주체적으로, 책임을 갖고, 적극적으로 다루지 '않아도' 괜찮은 의제는 없구나.. 좁은 의미의 '안보' 영역에서 국가가 독점하는 정보, 권한의 장벽을 낮추고 커먼즈의 영역으로 가져오기 위해서 안보 의미의 범위를 확장하고, 안보라 하는 것, 거기에 동원되어오는 폭력, 위협이 우리 일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리 구성원들이 더 알고 이야기 나눠야 하겠다.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커먼즈와 공동안보의 연결에 대한 궁금증이 학습으로 연결되야 할것같은... 숙제를 받음 세미나 자료를 사전에 받았음에도 미리 읽지 못해 어려운 부분이 있었지만 토론시간 한분 한분 정리해주신 내용이 많은 도움이 되었네요 ------------------------ 이렇게 커먼즈의 개념을 공동안보와 함께 살펴본 이유는 올 한 해 피스모모에서 커먼스의 개념을 이용해 "모두의 평화"라는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였기 때문입니다. 연구소에서도 더불어 이 개념들을 보다 자세히, 또 다양한 시각에서 보는 시도를 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다음 세미나에서는 외부에서 발제자를 모시게 되었습니다. 보다 커먼즈 개념에 대해서 자세히 배우기 위해 그간 연구에 집중해오신 이승원 선생님(서울대아시아연구소)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반대로 커먼즈 연구자이신 승원 선생님에게 커먼즈의 개념이 어떻게 평화와 연결될 수 있을까를 말씀해주시기를 부탁드렸습니다. 3월 23일에 있을 연구소의 다섯 번째 세미나.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 될 경우 3월 세미나도 온라인으로 만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