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안보는 지난 몇 년간 지속적인 하락세에 있습니다. 대규모 인명 손실, 증가하는 난민 수(2024년 추정치는 1억 3천만 명으로 9개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보다 많은 인구), 심화되는 위기와 대립, 해결되지 않는 사회 및 생태 문제 등 지속적인 악화의 징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불안의 원인이 너무나 많은 이 시대 속에서 안보에 대해 일관성 있게 생각하는 일은 어떻게 가능할까요? 안보의 지평 폭력의 순환 저는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300발의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하여 추가 확전의 위험을 초래한 직후의 어두운 배경에서 이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 “우리를 해치는 자, 우리도 해친다는 분명한 원칙”을 선언했습니다. 역대 세 번째로 치명적인 테러 공격으로 평가되는 작년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과 잔학한 행위들에 대응하여 이스라엘은 역대 가장 가혹한 민간인 응징 공습에 속하는 폭격으로 대응했으며, BBC에 따르면 가자 지구의 건물 절반 이상을 파괴했습니다. 이것이 차별적이거나 비례적인 대응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의료 시설을 파괴하고 인도적 지원을 위한 자유로운 접근을 거부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 규모만으로도 국제 인도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는 원론적인 사안입니다. 네타냐후의 이스라엘이 많은 파괴와 죽음, 고통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네타냐후의 그 원칙은 물론 “네가 누구를 해치면 그들도 너희를 해칠 것이다”로 뒤집힐 수 있습니다. 폭력의 악순환은 끊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으며, 관련된 모든 행위자들이 이미 중동에서 더 큰 확전의 위험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계속되는 동안 사상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탈출구는 보이지 않습니다. 평화적 해결을 위한 명확한 길은 보이지 않습니다. 18개월 동안 어느 쪽도 영토를 거의 확보하지 못한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은 파괴적이며, 우크라이나의 보급품 부족으로 러시아군이 전장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룰 수 있으리라는 초기 징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전쟁은 빨리 끝나지 않을 것이며, 설사 전쟁이 끝나더라도 러시아를 포함해 그 누구의 평화와 안보에도 큰 소득은 없을 것입니다. 현재 많은 시간과 에너지, 걱정을 쥐고 있는 이 두 전쟁 외에도 약 50개국에서 무력 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유엔난민기구의 4월 업데이트에 따르면 수단에서는 내전과 질서 붕괴로 인해 86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습니다. 콩고민주공화국(DRC)의 사례를 비교하자면, 지난 20년간의 발생한 누적 난민 수 660만 명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강대국들 동시에 대만을 둘러싼 중국과 미국간의 대립이 지속되고 있고, 이는 동북아시아의 전반의 지정학적 상황이기도 합니다. 2023년 2월, 러시아는 미국과의 마지막 남은 양자 간 핵무기 감축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 참여를 중단했습니다. 그리고 2021년에 연간 2조 달러를 돌파한 전 세계 군사비는 2015년 이후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증가폭이 둔화될 조짐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경제와 사회 이 모든 것이 코로나19 팬데믹의 경제적 영향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2024년은 지난 30년간 세계 경제의 최악의 10년이 될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이 계속 심화되고 있습니다. 세계의 식량안보 역시 2015년 이후 폭력적인 분쟁과 기후 변화의 복합적인 압력으로 인해 계속 악화되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와 생태계의 파괴 2023년은 역대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되었습니다.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시대'보다 섭씨 1.5도 이상 높았습니다. 2023년 2월부터 2024년 1월까지는 1년간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평균보다 1.5°C 이상 높았던 첫 해였습니다. 물론 1.5°C를 지목하는 이유는 2015년 파리 기후 협정에서 가능한 한 이보다 낮은 수준의 기온 상승을 유지하는 것을 공동의 목표로 삼았고, 2°C 상승은 절대 위반해서는 안 되는 최대치로 합의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는 2.9°C를 향해 나아가고 있으며, 이 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주요 화석 연료 생산업체들은 생산량을 늘릴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는 평화와 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미치고 있으며, 앞으로도 미칠 것이라는 증거는 이제 잘 충분히 확보되었습니다. 이 논쟁은 상식의 문제입니다. 사회생활은 자연의 토대 위에 구축됩니다. 한계 상황에서 필요한 물, 산소, 음식을 얻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습니다. 삶의 자연적 기반이 흔들리면 사회적 불안정, 격변, 갈등, 폭력이 발생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이러한 결과가 유일한 결과는 아니지만 우려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생태계의 파괴는 기후 변화를 넘어서는 문제입니다. 2023년에 발표된 9개의 지구위험한계선(planetary boundaries) 업데이트에 따르면 9개 중 6개가 침범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후 변화의 사례를 확장해보았을 때, 최근 연구들이 밝힌 광범위한 생태계 교란이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들은 그다지 놀랍지 않습니다. 안보의 관점에서 특히 우려되는 교란에는 항균제 내성, 다양한 종류의 오염으로 인한 생리적 영향, 생물 다양성과 바이오매스(생태계에 존재하는 유기생물의 총량)의 감소, 침입종의 증가, 강, 호수 및 연안 해역의 데드 존 출현과 같은 지역 임계점이 생활권에 미치는 영향이 포함됩니다. 안보의 세 가지 영역 다시 제 질문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이 모든 문제들을 어떻게 일관된 방식으로 사고할 수 있을까요? 달리 말해보자면, 어떻게 하면 단편적인 부분만 파악하는 것을 넘어 전체를 파악할 수 있을까요? 먼저 안보에는 세 가지 영역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편의를 위해 각각에 라벨을 붙였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라벨보다는 캔의 내용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습니다. 1. 국가 안보이것은 일반적으로 국가의 안보 정책에서 다루는 내용입니다(그래서 국가 안보라고도 합니다). 이는 국가 영토와 국민의 안전에 대한 위협과 이에 대한 대응, 그리고 국내 및 국제적 안정과 질서에 대한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외부 공격, 테러 및 반란에 대한 대비, 군대, 군비 경쟁, 인공 지능 및 사이버 공간과 같은 기술 발전과 그 영향, 평화 작전, 동맹 및 외교 등 많은 구성 요소가 있습니다. 복잡합니다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국가안보에 대해 말할 때 그것이 무엇인지 거의 다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2. 인간 안보인간 안보는 1994년 인간개발보고서에서 명시된 이후 30년 동안 국가(또는 국가) 안보에 대한 개념적 균형추 역할을 해왔습니다. 때때로 이것은 연성(또는 인간)안보와 경성(또는 국가 등) 안보 사이의 이분법으로 표현되기도 했습니다. 인간 안보를 정의하는 방법에 대해 광범위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인간안보가 복지의 거의 모든 측면을 포괄하는 것처럼 이해되지만, 이는 그다지 유용한 방식이 아닙니다. 그 접근은 결국 아무것도 포함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유용한 방식은, 특정한 사회에 폭력적인 분쟁이 발생하기 쉬운 조건이 무엇인지, 반면, 평화에 더 도움이 되는 조건은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입니다. 즉,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기본적인 욕구의 충족, 불평등과 소외의 다양한 정도와 차원(경제적, 성별, 인종적), 거버넌스의 질, 사이버 안보위협에서부터 홍수, 국제 무역 조건의 변화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것들에 직면해 있는 지역사회와 사회전체의 회복력, 모든 국가는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국가에서 사회 개발 전략의 문제, 분쟁 피해 국가의 경우에는 평화 구축과 같이 광범위한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정말 다차원적인 문제이며,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점에서 유감일 수 있습니다만, 인간 사회의 복잡성을 고려한다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닙니다. 3. 생태 안보이제 우리는 가장 최근의 개념을 논의하게 됩니다. 이 개념의 정의에 대한 논쟁이 이제 막 시작되었다는 것(과 함께 두려움)을 느낍니다. 생태 안보를 논의하고자 하면 한 가지 질문이 떠오릅니다. 안보의 '대상'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즉, 인간을 보호하는 것이 목표일까요 아니면 자연을 보호하는 것이 목표일까요? 세세한 구분과 긴 논쟁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거슬릴 수 있겠지만, 제 대답은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에 둘 다라는 것입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 중 너무 많은 사람들이 너무 오랫동안 그렇지 않은 것처럼 행동해 왔다는 사실입니다. 또 다른 질문은 생태계의 파괴로 인한 인간의 안녕과 안전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예: 더 빈번하고 강력한 허리케인과 사이클론의 형태)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 아니면 파괴의 결과(예: 아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강에 데드존이 형성되어 낚시와 같은 생계 수단을 잃거나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이 되어 사람들이 대량 이동하는 것)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에 대한 질문입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제 대답은 두 가지 모두입니다. 평화와 안보의 관점에서 보면 직간접적인 영향은 모두 우려할 만한 일입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에서 생태 안보의 개념은 우리가 만들어온 사회 생활의 자연적 토대와 다양한 종류의 생태적 파괴가 미치는 영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하나의 안보 공간 그렇다면 세 가지 안보 영역이 우리의 관심을 끌기 위해 경쟁하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에서부터 식량 위기과 격변과 분쟁에 이르기까지, 전쟁으로부터 환경 영향, 기근과 도피, 억압에서 반란, 전쟁과 그 결과로 인한 불평등에 이르기까지, 기후 변화로부터 생계 수단의 상실과 그에 따른 이주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정치적 포용성 부족에서부터 부실한 환경 규제와 식량 위기, 분쟁 위험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문제들 사이에는 분명한 연결고리가 있습니다. 따라서 이 문제들이 교차하는 바로 그 지점에 개입하는 것은 두 가지 이상의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여 두 배 또는 세 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국가 안보와 인간 안보의 관계에 대해 저는 이전에 두 안보의 차이가 일반적으로 과장되어 있다고 주장한 적이 있습니다. 국가 안보의 임무는 국민의 인간 안보를 증진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자국민들의 인간 안보를 증진하는 일은 타국민의 인간안보에 관심을 기울이고, 증진하지 않으면 실현될 수 없습니다. 생태 안보를 이 프레임에 통합하는 것은 꽤나 간단합니다. 국가 안보, 인간 안보, 생태 안보에 대한 도전이 복합적으로 존재하는 위험한 세계에서 국가가 자국의 시민들을 돌보며 책임을 다하려면 어떻게 해야만 할까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최선의 접근 방식은 세 가지 영역 사이의 균형을 찾아 각 영역의 특성과 연계성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안보의 세 영역이 하나의 안보 공간에 존재한다는 사실과, 이 세 영역이 안보라는 개념적 삼각형의 세 모서리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안보의 벤다이어그램 하지만 삼각형의 점들로 이것을 표현하는 것은 잘못된 은유적 이미지입니다. 세 영역은 단순한 연결을 통해 구분되지 않습니다. 그 연결들은 더 깊습니다. 서로 분리되어 있으면서도 서로의 일부인 것입니다. 세 영역 중 어느 하나도 원칙적으로 다른 두 영역보다 우월하지 않습니다. 각각의 영역은 다른 두 영역의 충분조건이자 필요조건입니다. 이 안보 벤 다이어그램은 끔찍한 분열을 겪고 있는 정치 세계, 여러 전선에서 퇴보에 직면한 사회 및 경제 세계, 불안한 혼란에 직면한 생태계의 안보에 대한 전방위적 접근 방식, 즉 360도 접근 방식을 제공합니다. 또한, 통합적이고 전체적인 접근 방식뿐만 아니라 7개의 세부영역을 만들어 각각의 주요 과제의 표제어를 생각할 수 있게 해줍니다. 1. 국가 안보2. 인간 안보3. 생태 안보4. 국가/인간 안보5. 인간/생태 안보6. 생태/국가 안보7. 국가/인간/생태 안보 360도 접근 방식 안에서 한 영역에만 국한된 정책 및 조치의 일부 세부영역들이 있을 수 있지만, 다른 세부영역과의 연결 없이는 그 어떤 세부영역도 의미가 없을 뿐 아니라, 진짜 실질적인 안보를 제공하는 것이 불가능해집니다. 안보 벤 다이어그램의 중심에는 모든 것이 한꺼번에 잘못될 수 있는 퍼펙트 스톰이라는 도전이 있습니다. 이러한 도전에 대응하는 것이 정책적 접근의 핵심입니다. 우리가 이 균형을 바로 잡을 수 있다면, 미래는 밝을 것입니다. 2024년 4월 15일댄 스미스(Dan Smith) /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소장번역: 문아영 TEPI 연구위원 원문 읽기 / original text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