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ICE] 코로나시대, 한국사회의 '국민 밖 시민'

코로나 시대, 한국사회의 '국민 밖 시민’조미수 TEPI 연구위원 코로나19 사태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채 2020년 전반기를 뒤흔들었고, 그 기세는 여전히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한국사회 안에는 더 이상 이에 영향 받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 집합과 이동의 제한으로 인해 일이 중단되거나 일정부분 제한되면서 대부분의 시민들은 경제적 부담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경험하고 있다. 특히 영세 자영업자와 비정규직 등 불안정한 경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은 보다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이런 재앙의 상황에서 국가는 사람들의 건강과 삶의 안전을 지킬 의무가 있다. 그런데 여기에 나의 질문이 있다. 국가가 지켜야 할 대상은 과연 누구인가? 자국민에 한정되는 것인가, 아니면 자국에 사는 모든 사람들을 포섭해야 하는가? 코로나19라는 전국적, 전세계적 재앙을 맞으며 우리는 국민뿐만 아니라 비국민의 안전에 대해 물음을 던지게 된다. 본 글은 이들의 상황을 특별히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둘러싼 문제를 통해 짚어보고자 한다.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와 외국인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공식으로 발표된 직후인 3월 24일, 경기도는 모든 경기도민에게 1인당 10만원의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경기도는 이에 대해 '지급 대상을 선별하지 않고 전체 주민에게 재난소득을 지급하는 것은 전국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처음’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자료의 지급대상에 대한 설명문에는 ‘외국인은 지원하지 않음’이라는 문구가 명확히 병기되었다. ‘경기도민 모두를 대상으로 함’이라는 항목 바로 밑에 ‘외국인을 제외한다’는 항목이 당연하다는 듯 적혀있었고, 나는 이 ‘몰감각’에서 무서움을 느꼈다. 아니나 다를까, 경기도에 10년 넘게 거주하고 있는 일본인 ᄀ씨는 “경기도에서 지금까지 별 차별 받은 일 없이 살았지만 이번에 확실히 내가 여기서는 '외국인'이라는 걸 알게 됐다”며 “경기도가 외국인을 제외하면 다른 지역도 당연히 (따라 하겠다)”고 하면서 곧바로 SNS 등을 통해 항의 행동을 시작했다. 나도 또한 이 발표를 본 후 바로 경기도청 안전기획부에 전화를 걸어 외국인에게 지원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전화를 받은 담당자는 이미 똑같은 문의가 많다고 하면서, 외국인 제외는 확정된 것이 아니며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답변을 했다. 경기도는 앞서 외국인을 지원 대상으로 하지 않은 이유를 “주민등록 전산상 전체 외국인 현황을 파악하기 불가능해 대상자 확인 절차에 어려움이 있어 긴급한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위해 부득이 제외했다”고 밝힌 바 있다.1 4월 9일 경기도청 앞에서 이주민 당사자 및 지원단체들이 ‘이주민을 배제한 경기도 재난기본소득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차별적 정책에 대한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재난기본소득에 대해 “나이, 소득, 자산, 성별, 직업 등을 가리지 않고 오로지 경기도민이기만 하면 모두가 대상”이라고 거듭 발표함과 동시에 외국인의 신청을 배제한 점을 들어 “‘모든’, ‘가리지 않고’, ‘오로지’,‘누구나’라는 단어의 뜻을 아는 건지 당황스럽다”고 꼬집었다.2 이어 이주민 지원단체들은 경기도에 3개월 이상 장기 거주하는 약 60만명의 모든 외국인 주민에게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및 다른 수당을 차별 없이 지급하라고 촉구했다.3 이후 경기도는 5월 4일 결혼이주민 4만 8000여 명과 영주권자 6만 1000여 명에 대해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기로 조례를 개정하고 6월 1일부터 신청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이는 결국 “모든 외국인 주민에게 지급"하는 것이 아닌, 결혼이주민 또는 영주권자라는 조건부로 외국인 주민을 나누는 개정안에 그쳤다. 서울시 재난긴급생활비와 재외국민서울시 또한 재난긴급생활비를 ‘서울시민 중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에 지원하기로 하면서 기본적으로 외국인은 지급 대상에서 배제했다. 외국인 중 지급대상이 된 것은 한국 국적자와 혼인 또는 직계존비속 관계에 있는 사람 및 난민법에 따라 난민으로 인정된 사람만이고, 경기도와 달리 영주권자도 지급대상에서 빠졌다. 그런데 뜻밖에도 여기에 ‘또 하나의 배제’가 있었다. 서울시에 3년 넘게 거주하는 재일동포 ᄂ씨는 3월 말에 서울시 긴급생활비를 신청했는데 며칠 후 ‘주민등록상 재외국민’이라는 이유로 신청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ᄂ씨는 주민등록증을 가진 대한민국 국적자이며, 재외국민이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공지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당황한 ᄂ씨는 서울시에 민원을 넣었고, 이 사실을 알게 된 동포지원단체가 서울시 민관협력담당관에게 문제제기를 했다. 그러자 서울시는 4월 14일자로 새 지침으로 변경됐다는 연락을 보내왔고 재외국민도 지급 대상이 됐음을 알렸다. 서울시의 재난긴급생활비 지원 내부 매뉴얼을 보면 지침 변경 전에는 “국민기초생활수급자 등 국가보장사업에서도 재외국민은 보장가구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재외국민은 지원대상이 아니다”는 항목이 있었으나, 변경 후에는 “재외국민 여부와 상관없이 서울시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으면 신청 가능하다”로 바뀌어 있었다. 변경 이유로는 “ ‘재외국민 제외’라는 표현은 국민 일부를 배제하는 배타적 의미가 내포되어 민원 불만을 유발하고, 현장의 업무 프로세스와도 일치하지 않아 일선의 혼란을 방지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일들은 재외국민을 말 그대로 해외에 장기 체류 또는 영구 이주한 국민이라고 전제한 단순한 절차상의 오류 이상의 문제이다. 이러한 일들은 항상 내국인과 외국인의 경계에서 휘둘리는 한국거주 재일동포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의 문제를 함께 생각해야한다. 재일동포들은 일제강점기 해방 후 일본 국적을 상실하고 대한민국 건국 이후에 ‘한국 국적’을 가지게 되었다.4 혈통주의를 따르는 일본에서는 부모가 한국 국적이면 자녀들이 한 번도 한국에 살지 않았더라도 한국 국적을 가지게 된다. 한편 한국 국적 재일동포가 한국에 와서 살게 되면 주민등록에는 ‘재외국민’ 딱지가 붙이고, ‘온전한 국민’ 이 되려면 “일본 영주권을 포기하라”는 말을 행정기관에서 종종 듣게 된다. 하지만 태어난 나라에서 평생 ‘외국인’으로 살 수 밖에 없는 재일동포에게 있어서 일본의 특별영주권은 단순한 거주권이 아니라, 수 많은 갈등을 넘어 쟁취한 인권과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서울시의 초기 재외국민 배제는 이러한 역사적 배경의 이해 부재로 인해 행정과 복지 등의 면에서 종종 불이익을 받는 ‘재외국민’인 재일동포가 또 한 번 '국민 밖 시민'으로 배제되었던 일이다. 국가인권위원회 판단 4월 2일 이주민, 외국국적동포 및 지원 시민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장 및 경기도지사를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진정인은 서울시와 경기도가 재난 긴급생활비와 재난기본소득 지원 대상에서 외국인주민을 배제한 것은 차별행위이며 인권침해임을 인정하고, 인권침해를 시정하고 차별 없는 재난 대책을 마련하라고 청구했다. 이에 국가인권위는 6월 11일, 서울시와 경기도가 재난지원금 정책에서 외국인주민을 배제하는 것은 차별이며 평등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외국인등록을 통해 주소를 신고한 외국인은 지방자치법 제12조의 ‘주민’에 해당하고, (중략)소속 지방자치단체의 재산과 공공시설을 이용할 권리와 그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균등하게 행정의 혜택을 받을 권리를 보장한다”며 코로나19 재난을 극복하기 위한 지자체의 정책에서 외국인 주민을 달리 대우할 합리적인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재난으로 인하여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음이 충분히 예측되는 상황에서 적절한 지원이 제공되지 않을 때, 해당지역 내 외국인주민의 취약성이 더 악화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지역사회 내 피해 회복의 효과를 떨어뜨리게 될 수도 있다”고 하여 재난지원금 정책에서 외국인주민이 배제되지 않도록 관련 대책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5 이 판단은 지방정부가 사회구성원의 삶의 안전을 보장하고 피해에 대한 지원을 할 때, 국민이 아님을 이유로 그 대상에서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명확히 내놓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실제 서울시는 이 판단을 따라 6월 30일 추가경정예산안에 외국인을 위한 재난긴급생활비(외국인 재난긴급생활비 지원액은 약 300억원 전후로 예상) 항목을 포함했다고 밝혔다.6 하지만 이는 서울시와 경기도에 대한 권고라는 한계가 있다. 각 지자체마다 외국인주민에 대한 지원금 대책은 지자체 판단으로 세우고 있고, 경기도 안산시, 부천시 등 등록외국인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지자체도 있으나 여전히 대부분이 외국인주민을 포함하되 결혼이주민과 영주권자까지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차별적 대책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 중심’을 넘어 모두에게 안전한 사회를사실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는 코로나19 사태가 드러낸 한국 사회에서의 ‘국민 밖 시민’들의 고충의 일부에 불과하다. 7월 1일에 열린 토론회 ‘코로나 시대 한국사회와 국내 체류 재외동포/이주민’에서는 한국 거주 재일동포, 중국동포, 고려인 동포 그리고 이주여성들이 놓인 각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보고가 있었다. 특히 고려인 동포, 이주여성들이 마주친 큰 문제의 하나는 언어의 장벽이다. 한국어가 완벽하지 않은 고려인 동포와 이주민들은 모든 긴급 재난 정보가 오로지 한국어로만 제공되는 상황에서 정보 습득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행정안전부가 개발한 외국인용 재난 정보 앱은 영어와 중국어만이 제공됐고 방대한 정보 전달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이런 측면에서도 세계적으로 자랑한 ‘K-방역’이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배제의 경험을 주는 대책들임을 보여준다. 재앙 사태에서 국가와 사회는 누구를 보호할 책임이 있을까.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지금까지 그 대상은 ‘국민’이었으며, 국민이란 ‘한국에 나고 자라 한국 국적을 가지고 한국어를 모어로 하는 자’임이 당연시되어 있었다. 하지만 전 인구의 4%를 훌쩍 넘은 227만명(2020년 2월 기준) 외국인이 사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협소한 ‘국민’개념으로만 사회구성원을 바라보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주민, 외국국적동포, 또 귀환 재외국민을 포함한 ‘국민 밖 시민’들이 이 나라에서 경제활동과 사회활동의 한 축이 되어 삶을 꾸리고 있다. 이 때, 사회구성원을 국적 위주(귀화 외국인)와 혈연 및 가부장적 가족구성 위주(결혼이주여성)로만 조금씩 넓히면서 인정하려고 하는 것은 여전히 국민 중심적 사고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셈이다. 우리는 지금 우리가 어떤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지, 진정한 다문화사회란 무엇인지를 코로나19 시대에 다시 한번 고민하고 개척해 나가야 한다. 국민, 민족, 언어, 체류자격 등의 경계를 넘어서는 것은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공동체에 사는 모두가 동등하게 안전과 지원을 보장받는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 그래야 이 세계적 위기 시대에 한국이 진정한 ‘K-방역’을 세워가고 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1 연합뉴스 ‘인권단체들 “외국인도 도민, 재난기본소득 차별없이 지급해야”’, 2020.04.09, www.yna.co.kr/view/AKR20200405017600004.2 ‘이주민을 배제한 경기도 재난기복소득 규탄 기자회견-외국인주민에게도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라!’, 2020년 4월 9일 기자회견 자료.3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월보, 2020년 2월 29일자료 경기도내 등록외국인 418,752명과 2019년 12월 31일 외국국적동포거소 신고 현황의 경기도 거주자 184,321명을 합친 숫자. 기자회견 자료에서 인용. 4 재일동포는 일본 국적 상실 후 국적이 아닌 ‘조선적’이 부여됐고, 남북 국가 설립에 따라 한국 국적을 선택한 사람과 조선적을 유지한 사람으로 나뉘어졌다. 자세한 배경에 대해서는 여기서는 생략한다. 5 국가인권위원회 보도자료 ‘인권위, “지자체 재난긴급지원금 정책에서 외국인주민을 배제하는 것은 평등권 침해”, 2020.06.11 https://www.humanrights.go.kr/site/program/board/basicboard/view?menuid=001004002001&searchselect=boardtitle&searchword=% EC%A7%80%EC%9E%90%EC%B2%B4%20%EC%9E%AC%EB%82%9C%EA%B8%B4%EA%B8%89%EC%A7%80%EC%9B%90%EA%B8%88 &pagesize=10&boardtypeid=24&boardid=7605564. 6 연합뉴스 ‘서울시, 외국인도 재난지원금 준다...총 300억원 예산 확보’ 2020.06.30, https://www.yna.co.kr/view/AKR20200630196700004?input=1195m&fbclid=IwAR0jOIWHNrN7HIzejlXNQkR2HEtM88FcNkAbuRoKIx4HJ qLUc2mhkytmW4g. #평화는 모두의 것_시리즈'세상을 바꾸는 작은변화' 이 행사는 아름다운 재단의 지원으로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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