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비엣 타인 응우옌의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는다: 베트남과 전쟁의 기억』

이 책은 전쟁 기억에 관한 기념비적 저작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 비엣 타인 응우옌은 보트피플이라고 불렸던 베트남 전쟁 난민이었고 현재 베트남계 미국인으로서 영미문학과 민족학을 가르치고 있다.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베트남 전쟁에 관한 책 중에서도 매우 독특하다. 한국과 미국과 베트남의 전쟁, 그리고 세 나라, 세 사회의 기억과 표현에 관해서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보다 더 넓게 전쟁을 겪은 많은 나라와 사람들의 경험과 교차시키고 있다. 보통 미국이나 베트남에서 베트남전쟁에 관한 이야기와 책은 미국과 베트남에만 관련되어 있고 한국은 생략된다. 이 책은 그 생략을 소환한다. 이 책은 전쟁과 기억 그리고 정체성에 대한 기록이며 분석이다. 응우옌은 “모든 전쟁은 두 번 치러진다는 발상으로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전쟁은 처음에는 전쟁터에서 싸우고, 두 번째로는 기억 속에서 싸운다.” 이 문제가 왜 중요한가면 “전쟁을 어떻게 기억하느냐의 문제는 국가 정체성의 핵심이”기 때문이며, “전쟁의 정체성에는 “국가 정신의 기원”이라(는)... 또 다른 정체성이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전쟁이 미국 사회에 미친 영향을 응우예은 이렇게 본다."대통령과 정치평론가들은 베트남 전쟁에서 패배한 이후 미국인들을 괴롭혀 온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전쟁에 대한 도덕적 혐오가 바로 ‘베트남 신드롬’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었다. 수치심을 느끼는 미군 병사들과 반전 운동이 그 증상이었다. 두 가지 증상 모두 전후의 기억 수술로 치유되어야만 했고, 그러면서 부재가 존재만큼 언급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억은 공평하지 않다. 워싱턴 몰(참전 군인 기념비)에서 응우옌은 여전한 기억의 선택을 볼 수 있었다. "검은 벽에 이름이 오른 미군 병사들은 구원되었다... 기념물에 이름이 오르지 않은 사람은 잊히기 쉬운 부상자들,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퇴역군인들, 혹은 노숙자가 되었거나 자살한 이들이었다. 총괄적으로 보면, 전쟁이 끝난 뒤에 죽거나 상처를 입은 이들의 숫자가 전시에 죽은 이들보다 많다." 이 책에는 기억의 무기화라는 깊은 성찰의 언어가 등장한다. 기억의 무기화. 응우옌은 전쟁의 기억을 기록할 때 전쟁의 지속성을 강조한다. 무기화된 기억은 전쟁의 지속성으로 통한다. (쿠웨이트에서 대기하고 있는 미 해병대원의 증언) "우리는 사흘 동안 오락실에 앉아서 맥주를 몽땅 마셔버리고 온갖 영화를 다 본다. 그리고 ‘충성!’을 외치고, 머리를 맞대고 있다가 서로를 두들겨 팬 뒤 대학살과 폭력, 기만, 강간과 살인, 약탈에 대한 다양한 환상을 지니고 출발한다. 우리는 베트남에 관한 영화를 집중해서 본다. 왜냐하면 그것이 가장 최근의 전쟁이고, 그 전쟁에서 겪은 성공과 실패가 우리가 받은 훈련 지침서를 쓰는데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이 병사들은 전쟁을 사랑하거나 적어도 전쟁의 이념을 사랑한다." "워싱턴 몰의 민족주의적 맥락에서는, 베트남 참전용사 추모비는 반드시 베트남인들을 “잊어야” 하고, 베트남 참전용사들을 전쟁의 가장 중요한 희생자들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유대는 근본적으로 다른 타자와 맺어야만 하는 것이다...리쾨르는 기념비적인 저작 <기억, 역사, 망각>에서 타자를 기억하는 윤리를 제안한다. 그 책에서 그는 정의는 언제나 ‘타자를 향한’ 미덕이라고 논의한다. “기억의 의무는 기억을 통해서, 자신이 아니라 타인을 향해 정의를 행하는 것이다.” "<이름 없는 소설>에서 즈엉 투 후옹은 전쟁에서 죽은 이들에 대해 “결코 우리를 떠나지 않고, 정의를 요구하며, 고발하는... 그 얼굴들”이라고 묘사한다." 이 책의 <5장. 인간이 되는 것에 대하여>는 한국과 베트남 전쟁에 관한 글이다. 베트남을 고향으로 둔 응우옌이 용산에 있는 한국전쟁기념관을 방문했을 때 한국-베트남전쟁 전시실에 가서 무엇을 보고 느꼈을까? 5장에서의 몇 가지 인용 - “서울에 있는 한국의 전쟁기념관... 거대하고 각진 건물은 철갑을 두른 벙커나 히틀러 시대의 독일 영화 세트를 떠올리게 한다. 무기로 사용되는 기억의 완벽한 예이다. 계획된 웅장함 자체가 군산복합체를 상징하는 기억의 요새이며, 군사적 성취와 산업의 승리로 이룬 창조물이다. 전쟁기념관은 군사적 성취를 칭송하면서 산업의 승리를 묵묵히 증언하고 있으며, 한국의 힘을 증명하고자 서울의 풍경에 거대한 발자국을 남긴 덩치 큰 짐승처럼 보인다. 건물의 담장과 정원에 배치된 무기는 작은 군대가 무장하기에 충분할 정도이다. 대부분 미국에서 제조된 미사일, 비행기, 팅크, 대포 그리고 배들이다. 무기들은 침묵으로 세계 최대의 무기 수출국 미국과 미국적 자본주의의 성공을 증언한다.” “승리한 국가의 무기는 광택이 나게 손질되어 있고, 방문객들이 올라타서 방아쇠를 당길 수 있게 준비되어 있다. 방아쇠와 총열은 당기고 싶으면 언제든지 당길 수 있다... 기념관의 영웅은 학자인 셰일라 미요시 야거가 “전투적 남성성”이라고 부르는 한국 군대이다.” “야외에 있는 명판에는... 영웅주의와 애국심의 가치를 요약해서 적어 놓았다.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기념관은 자유의 수호자들에게는 물질적 안락이 보상으로 주어진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 같다. 비용과 이윤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자유를 얻기 위해 치른 경제적 요금이 박물관의 번쩍이는 전시실들을 운영하고 있다. 만약 군산복합체라는 것이 있다고 가정한다면 그 기념관 자체가 증거일 것이다.” “한국 전쟁에 관한 주요 전시가 끝나고 나면 ‘해외 파병’을 연대기 순으로 기록한 방이 나온다... 한국 군대의 전문성과 숙련된 기량에 찬사를 보내는 비디오가 상영되고 있었다. 기념관의 서사는 분명했다. 처참한 한국 전쟁은 국제연합군의 도움을 받았고, 전쟁이 끝난 뒤 한국 군대는 베트남에 가서 타자의 자유를 수호하는 법을 배웠다. 그리하여 오늘날의 한국은, 학자인 문승숙이 ‘군사주의적 근대’라고 부르는 상태를 유지한다... 전쟁기념관은 이러한 군사적 근대성을 구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전쟁기념관에서는 한국군, 자본주의, 그리고 기억에 대한 권력과 나와 같은 관광객을 겨냥해서 두려울 정도로 무기화된 기억이 겹겹이 동시에 표현되고 있다.” “그 방(해외파병 전시실)에서 다루고 있는 주된 주제는 베트남에서 일어난 한국 전쟁이다." “그 전시실에서는 한국 군대의 영웅적 행동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한국 병사들의 영웅적 폭력을 회상하는 것은 또 다른, 좀 더 난처한 행동들을 끄집어내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소규모 전시실에는 한국이 그 전쟁에 품었던 함의들이 담겨 있다. 그러한 함의들 가운데 가장 불편한 부분은 잊힌 전쟁 기간 동안 한국 병사들이 저질렀던 행동이다. ... 한국이 아제국주의의 강국으로 떠오르는데 그 전쟁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제국주의 강대국들은 지국의 넓은 지역을 거침없이 휩쓸어 정복하고, 아제국주의 강대국들은 국지적 지배로 만족한다... 제작비용도 많이 들고 유지비도 그 만큼 비싼 국가 기억의 저장소라는 역할을 생각하면 전쟁기념관에서 영웅적인 병사들이 비인간적인 행동을 저질렀다는 현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을 것이며, 인정할 수도 없을 것이다.” “(베트남 다낭 근처의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지인) 하미는 도로에서 멀리 떨어져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 비각이 있었다. 연단의 가운데에 1968년 1월 24일에 죽은 사람들을 기리는 추모비가 세워져 있었다. 가장 나이가 많은 희생자는 1880년에 태어난 여성이고, 가장 나이가 어린 세 명의 희생자는 1968년에 죽었다고만 적혀 있으니, 아마도 어머니의 배 속에 있었던 것 같다. 그들의 이름에는 보 자인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무명이라는 의미이다. 기념비에는 ‘살해당한’ 135명의 이름이 적혀 있다. 그러나 누가 그들을 죽였는지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한국 병사들이 마을 사람들을 죽였다는 사실을 기록하기를 원했지만 추모비를 세우는 데 돈을 지불한 한국의 퇴역 군인들은 당연히 기록의 삭제를 요구했다.” "인간이 되는 것에 대하여...아무 것도 사라지지 않는다.” 비엣 타인 응우옌의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는다: 베트남과 전쟁의 기억』 (부희령 역, 더봄, 2019)소개: 이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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