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및 정리: 김진선(피스모모) 6월의 정례 세미나는 광주광역시에서 열렸습니다. 광주는 세 분의 연구위원이 활동하고 계신 곳이기도 합니다. 이날은 전남대 5·18연구소에서도 전임연구원으로 계시는 오은영 연구위원이「AI 이후의 노동: 먹거리 혹은 삶의 조건」을 주제로 발표해 주셨습니다. 인공지능 산업이란 기계가 인간의 인지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응용·상업화하는 산업 전체를 말합니다. AI 산업 영역을 연구·개발, 인프라, 반도체·하드웨어, 적용·서비스, 지원·관리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데이터를 라벨링하고, 보안과 AI 교육, 컨설팅을 진행하는 등 AI 생태계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노동을 짚으며, 과연 '가치 있는 노동'이 어떤 것인가에 대하여 질문했습니다. 동시에 '단백질 접힘'처럼 인간이 계산하기 어려운 무한한 변수를 AI가 계산하여 의학적으로 질병을 극복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소개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AI 도시 광주를 만들겠다고 하는 기사들과 광주시의 민선 9기 공약을 시민단체에서 분석한 자료를 통해 확인했을 때, AI산업 유치, 반도체 투자 유치, AI모빌리티 시범도시 연계 사업, 첨단산업 통합 인센티브, 청년 일자리라는 다섯 가지 검증 포인트에서 현실성이 문제가 되고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이미 160개 기업이 산단에 입주했다고 하지만 지역에서 체감할 만한 성과가 있는지 불분명합니다. 또한 실제 고용이 안정적이고 전문적인 일자리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습니다. 또한 규제 샌드박스(신기술 및 신산업 분야의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가 출시될 때,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저해되지 않는 선에서 기존 규제를 일정 기간이나 일정 구역 동안 면제 및 유예시켜 주는 제도) 방식은 신산업 육성을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세제 혜택과 인프라 지원을 제공하는 방식인데, 이것이 노동권과 노동조건의 예외를 만드는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었습니다. AI를 위한 학습의 영역에서 ‘파편화’로 일컬어지는 노동의 위기도 짚었습니다. AI를 훈련시키기 위해 비디오로 자신의 동작을 녹화하여 저가의 임금을 받는 형태의 노동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인간이 AI에 데이터를 주기 위한 존재로 전락했음을 다루었습니다. 따라서, "AI가 존재하기 위해 다른 모든 존재들과의 관계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는데, "인간은 노동을 통해서 다른 존재와 가장 깊게 관여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기계가 인간을 대체한다는 신화에서 벗어나고, 어떤 관계가 인간과 기술을 함께 변화시키는 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또한 인간 고유의 영역인 관계성 노동을 발견하여 사람과 기술간의 새로운 보완성, 부분간의 원활한 상호작용, 부분간의 조정 및 교정을 지원하는 등 노동으로 관계성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점도 짚었습니다. 참여자들은 AI 산업을 둘러싼 여러 관점을 나누었습니다. 한 참여자는 AI가 인터넷처럼 일상에 깊숙이 들어왔지만, 노동을 모두 대체하거나 막대한 부를 창출할 것처럼 과장된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른 참여자는 세무, 회계, 법률, 통계 등 전문직 영역에서 이미 신입 인력이 줄고 기존 인력이 AI를 활용해 업무를 대체하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간의 사유에도 알고리즘적 요소가 많기 때문에, AI와 인간성을 단순히 대립시키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제시되었습니다. AI 윤리와 통제의 문제도 등장했습니다. 챗봇이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내용을 생성하는 문제, 우회 질문을 통해 금지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문제 등이 언급되었습니다. 교육 현장의 문제도 중요한 논의로 이어졌습니다. 초등학교 교사인 참여자는 AI가 아이들의 배움과 정서 평가에 개입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를 나누었습니다. 이에 더해 경기도에서 AI 기반 학습자료와 학생 데이터 관리에 대한 동의서를 받는 사례, 고등학교에서 AI를 활용한 채점이 더 공정할 수 있다는 논의, AI 교과서는 활용하지 않게 되었지만, 다른 방식으로 교육 현장에 AI가 빠르게 들어오고 있다는 사례가 공유되었습니다. 또 다른 참여자는 AI에 대한 예찬과 공포가 동시에 존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AI는 효율적이고 멋진 미래를 약속하지만, 전력 소비와 환경 문제를 키우고, 전문직 일자리와 사회통계 분야의 신규 인력을 줄이며, 정작 저임금 노동과 돌봄 노동의 처우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AI가 노동시간을 줄이고 기본소득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성장과 발전을 우선시하는 현재 사회에서는 줄어든 시간이 다시 더 많은 생산과 축적을 위해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정치적 결정의 문제도 제기되었습니다. AI 산업은 자연스럽게 선택된 것이 아니라, 정부와 정치가 특정 산업을 육성하기로 결정하고 자본이 모이도록 만든 결과라는 것입니다. 정치가 해야 할 일은 산업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견제와 윤리적 기준을 마련하는 일이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마지막 토론에서는 AI와 노동이라는 주제가 여러 세부 과제로 나뉘어 계속 다뤄져야 한다는 제안이 있었습니다. 노동시장 변화, 인간성과 관계성의 문제, 군사력과 국가 경쟁,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수급, 지식과 데이터의 권리 문제 등이 얽혀있음을 지적했습니다. 또한 노동시장 변화에 대해서는 노동조합과 소수정당이 함께 AI 도입에 따른 노동시간과 노동조건 변화에 대한 종합 보고서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에너지 문제에 대해서도 AI 산업 시대의 전력 수급과 데이터센터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보고서가 필요하다는 제안이 있었습니다. 이번 세미나는 인간과 AI의 관계, 평화, 권리, 교육, 에너지, 지역, 산업정책이 서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