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윤세라 상임연구위원 뜨거운 날씨가 이어지던 7월 말, 피스모모 평화/교육연구소 정례 세미나가 '모두를 위한 녹색정치'라는 주제 아래 열렸습니다. 세미나 발표는 손어진 연구위원님이 채워 주셨습니다. 어진님은 독일에서 연구를 이어오다 작년 말에 한국에 오셨다고 하는데요. 어진님이 한국에 와서 마주한 장면은 계엄과 탄핵, 집중 호우로 인해 잠겨버린 고향, 캄보디아 전쟁 반대를 위해 모인 이주노동자들의 집회 등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금 여전히 꼭 필요한 녹색정치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나누어 주셨습니다. '녹색정치'라고 하면 단순히 환경을 떠올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진님의 녹색정치 이야기를 듣다 보면 환경뿐만 아니라 다양성, 사람, 관계, 공생, 민주주의, 즐거움, 비폭력, 지속가능성 등 다양한 가치들을 위해서 움직이고, 그것을 정치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행동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정치적 실현은 아주 가시적으로는 의석수로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전 세계의 녹색당 의석수 분석을 통해 연동형 비례제가 녹색정치 실현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점, 그렇지만 최근에는 프랑스, 멕시코, 영국 등 다른 선거제도에서도 의석이 나오고 있다는 점 등을 살펴보았습니다. 거대한 양당 체제인 한국의 정치 환경에서 녹색정치를 실현할 방안이 무엇일지 떠올려 보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녹색정치는 현실 정치에 참여하면서 여러 정치적 도전과 갈등에 부딪혀왔습니다. 어진님은 이를 독일 녹색당 사례를 통해 전해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코소보 전쟁의 독일군 참여로 인해 녹색당의 중요 이념인 비폭력 평화주의가 무너진 일들, 군대 파병과 무기 수출을 지속하며 더 이상 전쟁을 완전히 반대하는 정당이 아니게 된 녹색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대한 대응으로 녹색당의 평화주의가 다시 시험대에 오른 일들 등을 통해 녹색정치가 비폭력과 평화의 가치 실현 과정과 현실 정치 사이에서 어떤 딜레마에 처해있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평화주의가 인권의 파괴, 인권이 보호하는 상황을 막지 못한다면?', '평화주의로 전쟁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독일녹색당은 친 이스라엘 정책을 유지하면서, 팔레스타인 학살을 막을 수 있을까?', '녹색정치는 극우주의에 대응할 수 있는가? 극우정당의 대항마는 녹색당이 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지며 마친 발표에 이어 참석자들이 의견을 보태고 지혜를 나누었습니다. 녹색정치가 제도 정치로 진입한 이후 비제도적 정치와 만들어내는 역동, 녹색당뿐만 아니라 다른 정당도 변화하는 장면들을 포착해 보는 것이 '녹색의 정치학'의 이름으로 제안되기도 하였고요. 가치가 변화되었을 때 어디까지 수용할 수 있는가, 이념적인 비폭력의 실현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등 평화 실현에 있어 근본적인 질문들도 던져졌습니다. 세미나 시간을 꽉 채운 열기를 뒤로 하고 어진님은 어쩌면 무기력하게 다가온 최근의 상황에서 다른 관점으로 녹색당을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는 소감을 남겨 주셨습니다. 앞으로 TEPI 그리고 손어진 연구위원님을 통해서 평화뿐만 아니라 경제, 노동, 여성 등 다양한 관점에서 녹색정치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이어 나갈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