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17일부터 22일까지 개최된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23(서울 ADEX 2023)에는 민주 시위를 탄압하고 국내외 분쟁에서 민간인을 학살하는 국가들도 참가하는 국내 최대 규모 무기박람회입니다. 2013년부터 무기박람회에 반대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아덱스저항행동'은 전 세계 무기 산업이 초래하는 비윤리성과 인명 살상, 군비경쟁의 문제점 등을 알리고자 <오마이뉴스>에 기획기사를 연재했는데요. 일곱 번째 기획기고를 맡은 김한민영 연구위원님의 글을 공유합니다. 오마이뉴스에서 읽기 지난 9월 23일, 서울 한복판에 기후정의를 외치며 거리로 나선 3만 시민들의 행렬이 펼쳐졌다. 그 행렬에 합류해 발을 맞춰 걷고, 구호를 외치면서도 마음 한 켠에선 의심이 일었다. 빠르게 망가지고 있는 기후 속에서 정말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차츰 그런 기대를 내려놓게 되었다. 우리가 사는 세계에 전쟁은 끊이지 않는데, 전쟁을 예방하거나 멈출 생각은 커녕 전쟁의 북소리에 춤을 춰대고 있는 군사권력들을 보면서 말이다. 당장 눈 앞에 닥친 전쟁도 막지 못하는 인류가 과연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을까? 기후정의행진이 막바지를 향해가며 광화문 정부청사를 지날 때, 시민들의 머리 위로 “힘에 의한 평화”라는 슬로건이 쓰인 대형 현수막이 펄럭거렸다. 힘에 의한 평화는 기후위기를 가속화한다 군사활동의 기후영향은 잘 드러나지 않는 대표적인 기후위기 대응의 사각지대에 속한다. 군사활동과 관련된 정보들이 국가안보 사항으로 취급되며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1997년 교토 의정서와 2015년 파리협정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 및 감축의무에서 군사분야가 면제된 이후, 세계의 어떤 군대도 탄소배출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분쟁 및 환경 관측소 (CEOBS)’는 전 세계의 군사활동으로 배출되는 탄소배출량은 전체 배출량의 5.5%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으며, 군사활동을 하나의 나라로 친다면 세계 4위의 탄소배출국이 될 거라고 밝혔다. 한국은 어떨까? 한국 역시 군사활동으로 인한 탄소배출량이 정밀하게 집계되거나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지는 않다. 국방부는 지난 해 처음으로 군사 분야의 탄소배출량을 공개했다. 한국 군사분야의 탄소배출량은 2020년 기준 총 388만 톤으로, 같은 해 전국의 공공기관 전체가 배출한 총 배출량 370만 톤을 훌쩍 넘는다. 이처럼 군사활동은 군사장비 사용, 군사기지 건설과 운영, 군사훈련, 군사산업 전반에 걸쳐 막대한 탄소를 배출하며 기후위기를 가속화하고 있다. 기후위기를 막고자 한다면, 군사활동에 제동을 거는 일이 필수적인 이유다. 그러나 전망은 밝지 않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6월 “윤석열 정부의 국가안보 전략”을 발표했다. “힘에 의한 능동적인 평화”를 이룩하겠다며 국방력을 강화하고 한·미 동맹과 한·미·일 3국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힘에 의한 평화”는 더 많은 군비지출, 군사훈련, 그리고 더 심화된 군비경쟁을 의미한다. 이미 한국의 2022년 군사비 지출은 4.4% 증가해 10년 만에 한 자릿수 순위로 올라선 세계 9위를 기록했다. 올해 정부가 제출한 2024년 국방비는 59.6조원으로, 올해보다도 4.5% 증가한 액수다. 반면 기후위기 대응 예산에는 국방비의 3분의 1에도 못미치는 14조 5000억이 편성되었다. 위의 전략 문서에서 윤석열 정부는 기후위기를 신안보 이슈로 규정했다. 기후위기가 새로운 위협이라고 인식한다면, 가장 큰 기후위협 중 하나인 군사활동을 먼저 줄이고, 더 많은 예산을 군사비가 아닌 기후대응으로 써야 한다. 전쟁의 기후책임과 아덱스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 서울국제항공우주방위산업전시회 (이하 서울 아덱스), 양복과 군복 차림의 무기산업 관계자들과 군 관료들이 박람회장을 돌아다니며 악수를 하는 모습이 펼쳐졌다.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 이후, 이른바 “K-방산”의 수요가 크게 늘어남에 따라, 무기박람회의 분위기 역시 지난 번 보다 뜨거워진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외환수익 중 수출액 비중이 3배 이상 증가1)한 LIG 넥스원의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시작된 이후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제조하는 속도보다 수요가 더 많아서 현재 수급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례 없는 K-방산의 호조로 여겨지는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 그 곳에서의 전쟁은 기후위기 시대에 어떤 책임을 가질까. 지난 해 2월 우크라이나에서 시작되어 지금까지도 그치지 않고 있는 전쟁은 수많은 이들을 희생시켰고, 그들의 소중한 일상을 빼앗았다. 이 전쟁으로 삶을 위협 받고 있는 이들이 단지 이 땅 위에 살고 있는 이들 뿐만일까?” ‘전쟁 중 온실가스 책무에 대한 이니셔티브 (Initiative on GHG Accounting on War)’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활동이 배출한 탄소의 양은 2022년 11월 기준 약 1억 tCO2e 톤에 달한다. 같은 기간 네덜란드가 배출한 총 탄소배출량 보다 많은 양이다. 또한 우크라이나의 환경감시단체와 그린피스가 공동으로 절인 조사에 의하면, 우크라이나 내 124 헥타르의 자연보호구역이 전쟁 영향 아래 있고, 산불, 토지 오염, 야생동물 서식지 파괴 등 심각한 환경파괴가 일어나고 있다. 전쟁이 야기하는 기후영향과 생태파괴를 고려한다면, 이 전쟁은 지구 위 모든 존재들의 생존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쟁을 수행하는 필수적인 도구는 무기다. 무기를 팔아 막대한 이익을 남기는 집단이 존재하는 한,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전쟁이 끊이지 않을 것이며, 그 전쟁은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빼앗고, 막대한 탄소를 배출하며 모두의 미래를 위협한다. 전쟁이 비즈니스의 큰 기회가 되고 있는 아덱스에서, 우리의 생존을 담보로 피묻은 돈이 오고가는 것을 발견해야 한다. 또다른 전쟁 앞에서, 생존을 말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절망스럽게도 인류는 또 다른 전쟁을 막아내지 못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 범죄를 실시간으로 목격하고 있는 나날이다. 서울 아덱스가 개막하던 17일 밤, 가자지구의 병원 위로는 폭격이 떨어졌다. 그리고 이스라엘 국방부는 서울아덱스에서 이스라엘관을 운영하며 엘빗시스템즈와 IAI 같은 자국 무기회사들과 함께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방산기업 한화는 바로 이전의 아덱스에서 엘빗시스템즈와의 기술 및 수출협력을 맺었다. 2023 서울 아덱스, 이스라엘관에 위치한 이스라엘 국영 방산기업 IAI의 부스 ⓒ 아덱스저항행동 2023 서울 아덱스, 이스라엘관에 위치한 이스라엘 방산기업 엘빗시스템즈의 부스 ⓒ 아덱스저항행동 정의당 장혜영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한국의 이스라엘 무기수출액은 313만 달러에서 824만 달러까지 늘어났다. 3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2014년 가자분쟁으로 대다수가 민간인이었던 수천 명 팔레스타인인이 희생된 이후에도 한국 정부는 꾸준히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수출을 허가했고, 한국의 무기기업들은 배를 불려온 것이다. 날로 늘어가고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희생 앞에서, 우리의 책임을 자문한다. 서울 아덱스에서 펼쳐지고 있는 전쟁범죄 공모의 장면들을 똑똑히 바라보아야 한다. 전쟁은 그 자체로 인간성에 반하는 범죄다. 타자와와 적대화를 뿌리 삼은 전쟁은 막대한 탄소를 배출하며 땅과 대지, 기후를 파괴한다. 전쟁을 막지 못하는 인류에게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는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수많은 삶을 위협하는 전쟁범죄와 기후위기 앞에서 우리의 책임은 무엇인가. 그 뒤에 숨겨진, 전쟁으로 막대한 돈을 버는 무기산업을 발견해야 한다. 우리가 속한 사회가 무기수출을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삼는다면, 그 결과는 우리 이웃의 죽음이며, 우리 스스로의 멸종이기도 하다. 기후위기를 막고 싶다면 전쟁부터 막아야 하는 이유다. 그리고 그 전쟁은 우리가 사는 도시 한복판, 아덱스에서, 무기장사꾼들의 피의 거래로부터 만들어지고 있다. 기후악당 전쟁장사꾼들의 잔치, 아덱스에 저항해야 한다. 평화활동가들이 지난 9.23 기후행진에서 “평화파괴, 기후파괴 무기박람회 중단”이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 전쟁없는세상 1) 외환 순손익 중 수출비중이 2021년 4.5%(당시 매출액 중 819억원)에서 2022년 18%(4059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출처: “LIG넥스원, 작년 외환순이익 108억…환헤지 ‘양호’” 딜사이트, 박휴선기자, 2023년 5월 9일 보도) 오마이뉴스에서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