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S] 복종하는 것을 그만두어야 할 때

글: 오은영 상임연구위원 “현대문화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궁극적으로 규정하는 거룩함에 대한 감각이나 금기가 실종된 것처럼 보이는 것은 틀림없이 종교가 힘을 잃은 현실과 관계가 있을 것이다. 인간의 한계를 말해주고 그 한계를 넘어서려고 할 때 어떻게 되는지 알려주었던 종교는 이제 사사로운 영적 취향으로 축소 규정되고 있다. 지금 이 세계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는 종교는 과학이다. 그리고 이 종교가 섬기는 신은 맘몬이다.”(김정현, 녹색평론 182호, 2023년 여름호, 4쪽)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과학이라고 주장하는 정부와 대통령은 당당하게 “이런 세력들하고 싸울 수밖에” 없다고 선언했습니다. 누구의 주장이 더 과학적인지 따지는 일이 무의미하게도 과학을 추종한다는 이들이 선택한 오염수 처리 방법은 실상 가장 적은 비용을 들이는 데에 그 목적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한미일 삼각동맹을 완성하고 싶은 미국의 묵인과 한국의 적극적인 동의하에 일본 정부는 해양 방류를 결정했고, 거기에는 국민의 눈을 가리는 국제정치의 이해관계 또한 작동하고 있습니다. 녹색평론 발행인 김정현이 지적하는 것처럼 이들에게는 이제 맘몬, 즉 부에 대한 탐욕의 화신이 최종적인 숭배의 대상이 된 것 같습니다.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거룩함에 대한 감각은 더 이상 인간사회의 방향을 정해주는 규정이 되지 못합니다. 돈이 된다면 무엇이든 해치우고 마는 현대사회의 인간 심성에 종교가 깃들 여지가 있을까요? 과거에 종교는 인간의 한계를 일깨워 주었고, 그 한계 앞에서 욕망을 억누름으로써 인간 사이의 갈등을 피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인간의 욕망과 갈등의 고삐가 풀린 것처럼 질주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신학자이자 평화학자인 이찬수가 “평화학은 세속화된 시대의 신학”이라고 말한 것은 더이상 신학이 해결하지 못하는 갈등과 폭력을 평화학이 떠맡을 수밖에 없다는 자각입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우리가 자연세계를 학대하고 착취하는, 더 나아가 자신의 둥지에 쓰레기를 쌓아두는 자해적 행위를 멈추지 않는다면 인간 존재만이 아니라 비인간 존재와 지구 환경 어디에서도 평화는 찾아볼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김정현의 선언은 수면 아래 숨은 갈등을 당당히 드러냄으로써 평화를 가져오려는 외침으로 읽혀야 합니다. 우리는 이 불의한 체제에 불복종하는 것으로부터 평화의 길을 찾아야 합니다. 지금 당장 저항해야 합니다. 더 늦기 전에. “저항은 궁극적으로 우리가 무엇을 성취하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무엇이 되느냐에 의해 평가되는 것일 것이다. 이제 눈을 가진 자라면 누구라도 산업문명이 지구의 생체조직을 할퀴어온 결과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니라 불의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 체제에 복종하는 것을 그만두어야 한다.”(김정현, 녹색평론 182호, 2023년 여름호, 12쪽)The results of industrial civilization's clawing at the biological fabric of the planet are now visible to anyone with eyes to see. We need to stop submitting to this system, not for the sake of survival, but because it's unfair. (JungHyon Kim, Publisher of Green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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