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7월 정례 세미나 들여다보기

정리: 김진주 연구위원 ‘커먼즈?’ ‘평화커먼즈?’ “학교폭력, 평화커먼즈 관점에서 살펴보기”라는 영철 연구위원님의 발표제목을 보고 처음 머리 속을 스치고 간 물음이었습니다. ‘커먼즈’라는 단어도 생소했거니와, ‘평화커먼즈’는 생애최초로 뇌리에 박힌 용어였습니다. 대략적으로 공동이 함께하여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의미가 아닐까 으레 짐작하였지만, 확신은 없었고 이대로는 발표내용을 따라갈 수 없을 것 같아 구글링을 했습니다. ‘커먼즈(commons)’는 재화의 소유·생산·분배 과정을 참여자들 모두가 결정한 규칙에 따라 운영하는 모든 과정으로서 1) 재화, 2) 공동체, 3) 공동으로 이루어지는 활동(커머닝, commoning), 4) 공동체가 고안해내는 운영규칙·거버넌스·프로토콜·가치·규범 등을 포괄하는 복합체라고 합니다. 여기에 ‘평화’가 앞에 붙는다면 어떤 의미로 흘러가는 것인지 궁금했지만, 온라인상으로 ‘평화커먼즈’의 명확한 정의를 쉽게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만큼이나 ‘커먼즈’와 ‘평화커먼즈’의 인식이 저조한 지점에 놓여있는 것이겠지요. 학교폭력과 커먼즈에 대한 저의 부족한 이해는 발표 이후 이어진 토론과 질의응답을 통해 확장될 수 있었는데요, 학교폭력의 예방차원에서 평화교육의 양과 질에 대한 개선이 언급되었고 관련하여 교사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역할제고, 과거와는 다른 학교폭력의 양상, 가해자 프레임으로부터의 탈피 등 여러 유익하고도 발전적인 생각들이 함께 논의되었습니다. 이같은 생각들을 들으며 저의 학창시절을 대입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껏 직접적이거나 물리적 폭력에 개입한 적은 없었지만, 때로는 목격자로 때로는 피해자로서 학창시절을 보냈습니다. 늘 그렇듯 가정과 학교에서 부모와 선생님의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던 시공간에는 폭력이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발생한 크고 작은 폭력 앞에서 학급 친구들을 호되게 혼냈던 선생님이 계셨던 반면, 자연스러운 성장과정의 일환이라며 아무 일도 없었던 마냥 꾸짖음 없이 넘어가는 선생님도 계셨습니다.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으나 언어폭력과 왕따라는 것을 처음 경험한 때도 초등학생 시절이었습니다. 중학생 때는 제 짝궁이 단순히 때려도 반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위 말하는 같은 반 일진에게 시도때도 없이 맞는 일상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괜스레 일진들과 엮여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았던 어린 마음의 저는 멀리서 짝궁이 맞는 모습을 봐도 제지하지 못했더랬죠. 어느 날 짝궁이 제 옆에 앉아있는데 그 일진이 다가와 짝궁의 머리를 양손으로 내리 치기 시작했고 저는 견디기가 어려워 그만하라고 말했습니다. 남들보다 키도 덩치도 컸던 저였던 이유에서인지 그 일진은 순간 때리는 행위를 멈추고 가더라구요? 그런데 문제는 그 순간부터였습니다. 제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짝궁은 더 많이 자주 맞고 돌아왔습니다. 담임 선생님께 말씀을 드려도 일진들은 교묘하게 선생님의 시야가 닿지 않는 시공간을 파고들었습니다. 토론 말미에 대훈 소장님께서 학교는 이미 매력적인 가치를 잃어버린 장소라는 점을 지적하시며 앞으로 학생들이 체감할 수 있는 명확한 이익을 내포하는 학교로서의 변화를 강조하셨는데요, 듣는 내내 학교에 가기 싫었던 순간들이 자꾸만 떠올랐습니다. 저 혹은 주변 친구들이 강도 높은 폭력에 노출되었을 때 대개 문제는 장기적으로 흘러갔습니다. 부모와 교사에게 알려질 경우 학급에서 도태되거나 폭력이 가중 될 수 있다는 심리적 압박이 컸기 때문입니다. 폭력으로부터의 안전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학교에 무엇을 기대하고 바랄 수 있었을까요? 결국 학급친구도, 교사도, 학교도 학교폭력에서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애석하게도 지금도 폭력이라는 본질에 있어서는 별반 다를 것 없는 일상을 보여주는 학교입니다. 제가 경험했던 과거에 비해 더 정교하게 달라진 문제의식이 이끄는 지금의 현실이기에 더욱이 평화교육이 절실해지는 순간입니다. 폭력이 무엇인지, 왜 폭력이 발생되어서는 안되는지, 사전예방, 재발방지 등에 대한 예방적 사고와 인지 감수성, 실천의지가 폭넓게 공유되고 안착된 사회라면 분명 그 미래는 지금과 같지 않을 것이기에, 평화를 교육에 녹아내어 평화커먼즈가 작동하는 학교를 그리는 피스모모의 지향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던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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