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4월 정례 세미나 들여다보기

정리: 오은영 상임연구위원 TEPI 4월 정례 세미나 소식입니다. 식목일을 하루 앞둔 4월 4일, 촉촉한 비와 함께 TEPI 정례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이날은 피스모모 평화페미니즘연구소(FIPS)의 소장이신 김엘리 선생님이 발표를 해주셨습니다. 김엘리 선생님은 사회학자 김찬호 선생님의 책 ‘모멸감’을 소개하면서 한국사회가 마음을 들여다보지 못한 채 성장해 오면서 분노, 혐오, 체념, 절망, 답답함과 같은 감정들을 키워왔다고 진단했습니다. 이런 감정들은 한국 사회의 작동원리가 혐오와 적대감이 되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페미니즘 연구자인 사라 아메드 역시 감정을 드러내고 치유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하는데요, 특히 감정이 어떤 상태인가가 아니라 감정이 무엇을 하도록 하는가, 즉 실행doing이 중요하며 이것이 바로 사회를 움직이는 힘이 된다고 말합니다. 이런 관점으로 한국 사회를 들여다 본다면 분단이 지속되는 것에 대한 지금까지의 분단체제론, 분단수행론을 넘어 분단의 감정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어떤 감정이 그 감정을 수행하는 주체를 생산한다고 본다면 분단된 마음은 그 마음을 수행하는 주체를 생산하게 됩니다. 혐오와 적대감은 그것을 표현하고 행동하는 사람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이런 혐오와 적대감의 수행이 과거에는 국가 차원에서 주도되었다면 이제는 시민 개인에 의해 이루어지고, 그 과정에서 특정 집단을 타자화하고 공격하는 정서로 표현됩니다. 특히 신자유주의 시대의 불안증은 젠더 규범에 기대어 작동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과거 빨갱이 혐오를 여학생부대와 같은 이야기를 통해 여성의 몸으로 구체화하는 것이 확인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감정이 결국 사회의 작동 원리와 관련되어 있거나 더 나아가 지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놀라운 사실이었습니다. 지금도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안보담론은 위협이 어떻게 두려움의 정치가 되는지 잘 보여준다고 합니다. 김엘리 선생님은 이를 감정정치라고 표현하는데요, 감정정치는 피해자의 사고방식mentality이 지배하는 것입니다. 특히 여성과 아동의 피해를 근거로 이들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전쟁을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피해자 사고방식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남성들이 스스로를 피해자로 규정하고 이들을 선동하는 데에 이용되기도 합니다. 구조적 문제를 지우고, 피해자를 자처하는 피해자 멘탈리티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미국의 백인 노동자 계급에서, 여성징병제를 청원하는 한국의 한국 남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퍼져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은 변화시킬 수 없는 것일까요? 문제를 풀 실마리는 있습니다. 감정은 결국 실행doing으로 나타나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감정과 행동 사이의 연관을 밝혀내고, 개인의 감정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확산되고 영향을 미치는가를 고찰하는 것이야말로 갈등과 혐오를 멈추는 첫 걸음이 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코멘트와 질문들이 오갔는데요. 감정을 사적 영역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감정이 사회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사회적으로 감정을 읽어야 한다는 점이 새롭게 다가온다. 분단과 혐오의 연결성을 짐작하고만 있었는데, 발표를 통해 실마리를 찾았다. 남성의 징병문제가 여성간의 편가르기로 발전되었는데, 이런 담론에서 분단은 이야기되지 않는다. 군대가 필요 없는 사회를 만들고자 고민한다면 편가르기의 해결책이 되지 않을까? 분단 사회에서는 어디에 속하는가를 계속 질문하고 질문받게 된다. 분단 사회에서 남성들이 사회적으로 보완받는 존재라는 것을 잊은 채, 오롯이 독립된 존재로서 맥락을 지운채로 피해자성과 공정성 문제를 제기한다. 감정이 행동을 촉발하는 독립적인 요인인지는 더 생각해보아야겠다. 감정은 관계속에서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국가 안보라는 것은 가상의 보호자를 호출하여 피해자로 만드는 병리학적인 현상으로 이해하는 것이 어떨까. 징병제 관련해서도 병리학적 접근에서 남성의 억울함을 인정하고, 국가가 준 병이라고 대응하면, 남성과 여성간의 갈라치기로 이용되지 않을 것이다. 감정에는 다양한 층위가 있는데, 이런 감정이 Doing으로 어떻게 확산, 변환되는지 탐구해보고 싶다. 이를테면 불안이 억울함이 되는 지점이 무엇인지, 이런 감정의 사회적 변환 과정을 구조화 시키면 좋겠다. 김엘리 선생님은 평소 연구 분야가 아닌 탓에 준비가 완벽하지 않다며 양해를 구하셨지만, 이전까지 접해보지 못했던 문제의식과 질문들만으로도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감동적인 시간이었습니다! TEPI의 활동과 연구가 더 풍성해지는 2023년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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